LG전자·삼성전자 등 국내 5개 주요 전자업체가 양적으로 성장한 전자부품 구매계획을 발표, IMF 후유증을 완전히 벗어난 것처럼 보이나 핵심부품의 수입의존문제가 여전해 기술개발부문에서는 큰 진전이 없는 것으로 지적됐다.
일례로 5개 세트업체의 올 국산 전자부품 구매액은 지난해에 비해 20% 가량 늘어난 12조4123억원이나 국산 전자부품 채용비중은 0.6% 증가하는 데 그쳤다.
더욱이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휴대폰(57%)과 PC(56%), CD롬 드라이브(52%) 등 정보통신분야의 수입의존도가 50%를 넘고 있다. 이는 냉장고(2%), 청소기(4%), 세탁기(8%) 등 한자릿수를 기록하고 있는 가전제품과 극명한 대조를 보이는 것으로 대기업들이 높은 신장세를 보이는 정보통신 관련제품의 판매에 급급, 부품개발 등 기술력을 갖춘 중소기업 육성에는 소원했다는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업체간 국산부품 채용비중도 크게 차이를 보이고 있는데 LG전자(70%)와 삼성전자(64%) 등 오랜기간 자체 기술력 확보에 주력한 업체들은 국산부품 평균 구매비중인 58%를 넘어선 반면 LG정보통신(35%), 삼보컴퓨터(42%), 현대전자(44%) 등 그동안 단말기 공급에 치중해온 업체들은 부품의 수입의존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전반적으로 이들 주요 세트업체는 IMF라는 긴 경기침체의 터널에서 벗어나 완연한 성장세로 돌아서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저가PC시장의 돌풍을 일으킨 삼보컴퓨터는 지난해보다 49% 늘어난 3조500억원, LG전자 반도체사업부문을 인수한 현대전자는 46% 증가한 2조2993억원, 삼성전자는 16% 늘어난 9조2022억원, LG정보통신은 26% 늘어난 1조4000억원의 전자부품을 구매하기로 해 이같은 추세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그러나 반도체부문을 현대전자에 매각하고 가전과 PC생산에 주력하는 LG전자는 1% 증가한 5조4176억원에 그쳤다.
세트제품별로는 오디오가 지난해보다 38% 늘어났고 PC는 36%, 휴대폰과 프린터 25%, 냉장고와 에어컨은 12%였다.
한편 이번 설명회에서는 세트업체마다 국산화 계획을 발표, 눈길을 끌었으나 가전제품이 주류를 이뤄 아쉬움을 남겼다.
삼성전자는 에어컨 11개 부품, 팩시밀리 8개, 프린터 7개, 교환기 22개 부품을, LG전자는 TV 14개, 냉장고 4개, 가스오븐레인지 3개, 청소기 2개 부품을, 현대전자는 오디오 8개, 통신단말기 7개, LCD 6개, 모니터 1개 부품을, LG정보통신은 PCS 11개를 국산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전자산업진흥회 관계자는 『이번 설명회는 부품업계가 세트업체의 부품구매 정보를 공유해 부품업계의 판로개척을 적극적으로 지원함은 물론 국산화 개발대상부품 정보공개를 통해 업체의 개발동기를 유발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국내 우수부품의 판로를 지원하기 위해 전자부품정보 인터넷검색시스템을 새롭게 단장, 다음달부터 서비스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양봉영기자 by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