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명저>

「붉은말」과 「검은말」이 교차하는 장기판 조직이 확대될 것이다

앨빈 토플러 「권력이동」 중

제2차 세계대전후 오스트리아를 이끌던 양대 정당은 협약을 맺어 여당이 윗자리를 차지하면 야당 당원을 두번째 자리에 앉히는 식의 장기판 조직체 체제를 도입키로 했다. 이는 국영회사, 은행, 보험회사 그리고 심지어 각급 학교와 대학에서도 모든 핵심적 직책을 사회당의 「붉은말」과 보수당의 「검은말」이 서로 교차해서 업무를 맡는 것을 의미했다(서양장기에는 검은말과 붉은말이 있다).

오늘날에도 이같은 방식을 응용한 사례를 찾아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캘리포니아의 한 일본은행은 위계마다 일본인과 미국인을 순차적으로 배치해 상층부 정보뿐 아니라 조직내의 여러 단계에서 보내는 정보 흐름을 일본인의 검토를 거쳐 도쿄 본사가 받아 볼 수 있도록 보장해주고 있다. 여러 단계에서 동시에 보내오는 끊임없는 통찰력의 흐름에 의해 정상부의 권력이 강화되는 것이다. 앞으로 기업이 국제화됨에 따라 이같은 오스트리아 및 일본식 접근방법을 시도하는 회사가 늘어날 것이다.

메모:「권력이동」(1990년)은 「미래쇼크」(1970년)와 「제3의 물결」(1980년)에 이어지는 앨빈 토플러의 3부작 미래서 가운데 세번째자 완결편이다. 각 권은 독자적으로 읽을 수 있지만 합치면 토플러의 사상을 학문적으로 통찰해 볼 수 있다. 각 저서들은 여러 시대적 사건들을 일정한 패턴 방식으로 살펴봄으로써 지구상에서 일어나고 있는 문명적 사건들을 일관되고 포괄적인 이미지로 정의하려 하고 있다. 장기판 조직체 이론 역시 그런 패턴 가운데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