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오직 계측기(Only Measurement Now).」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현지 시각) 미국 텍트로닉스 본사에서 세계 각국의 텍트로닉스 마케팅 담당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New Launch 2000」 행사의 주제어는 단연 「계측기」였다.
지난해까지 계측기사업을 중심으로 비디오와 네트워크사업, 컬러인쇄 및 영상사업을 전개하며 20억달러 이상의 매출규모를 자랑했던 텍트로닉스는 지난해 계측기사업부문을 제외한 모든 사업부문을 전격적으로 매각, 회사창립 53년만에 순수한 계측기 전문업체로 다시 태어난 것.
이 회사의 변신을 단순히 외형적으로 볼 때 텍트로닉스는 회사 전체 매출의 50%가 넘는 비디오와 네트워크사업부문, 컬러인쇄 및 영상사업부문을 매각함으로써 연간 매출규모가 예전의 절반에도 못미치는 10억달러 이하의 기업으로 떨어지게 됐다.
하지만 기업 내면을 살펴보면 상황은 크게 달라진다.
외형적인 매출증대 효과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수익성이 좋지 못했던 방송장비사업과 컬러프린터사업부문을 과감히 매각함으로써 기업의 수익구조를 크게 개선시켰을 뿐만 아니라 앞으로 텍트로닉스가 지향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대내외적으로 명확히 밝히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특히 텍트로닉스의 강도 높은 구조조정은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처함에 따라 어쩔 수 없이 나온 고육지책이 아니라 회사가 적정수준 이상의 이윤을 남기고 있는 상황에서 중장기 사업전략에 따라 미래의 비전을 더욱 효율적으로 실현하기 위해 취해진 것으로 그동안 울며 겨자먹기로 구조조정을 해온 국내기업들에 시사하는 바가 결코 적지 않다.
텍트로닉스는 방송장비와 레이저프린터사업을 그런대로 끌고 갈 수는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도 회사의 수익성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판단됨에 따라 과감히 매각을 단행, 부가가치가 높고 성장가능성이 큰 계측기사업에 주력하기로 한 것으로 판단된다.
회사의 이같은 구조조정에 따라 그동안 계측기사업부문을 맡아왔던 릭 윌스(45)가 새로 출발하는 텍트로닉스의 사령탑의 자리에 오른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수순.
계열사 매각 등으로 창사이래 최대 규모의 조직개편이 단행되는 가운데 지난해 10월 제롬 마이어 전 회장의 뒤를 이어 텍트로닉스의 신임 회장에 취임한 릭 윌스 회장은 이번 행사에서 「텍트로닉스의 비전 및 전략」이라는 주제의 기조연설을 통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중장기적으로 텍트로닉스뿐만 아니라 텍트로닉스 계측기를 사용하는 모든 고객들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하며 앞으로의 사업방향을 명확히 밝혔다.
릭 윌스 회장은 이를 위해 루슨트테크놀로지스·에릭슨·모토로라 등 세계적인 통신·네트워크업체와 전략적으로 제휴, 21세기를 주도할 네트워크·통신산업의 발전에 필요한 계측장비의 개발에 주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기술력을 갖춘 중소 계측기업체의 인수합병에도 적극 나서는 한편 글로벌 마케팅 활동을 강화, 비록 회사 외형은 예전보다 작아졌지만 계측기시장에서의 입지는 더욱 공고히 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텍트로닉스는 최근 연구개발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 신제품의 성능 및 품질은 높이면서도 기존 제품에는 잘 채택하지 않았던 윈도 운용체계를 도입, 사용자들의 편의성을 높이는 데도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2000년을 맞아 순수한 계측기 전문업체로 다시 태어난 텍트로닉스는 올해 지난해 계측기사업부문의 매출액보다 20% 이상 증가한 10억달러 규모의 매출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새로운 도약의 기틀을 마련한 텍트로닉스가 계측기시장에서 어떠한 성과를 일궈낼지 관심이 모아진다.
<포틀랜드(미국 오리건주)=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