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의 버전<23>
유입량과 수위, 거기에 기상이라는 팩터를 넣어 앞으로의 수위를 예측한다. 댐이 고인 물에서 내보내는 양을 계산하면 하류에 미칠 영향도 계산된다. 그런 상관 관계의 정확성은 지상의 계측기만으로도 완전하지 못해 무궁화 위성을 통해 데이터를 수집해야 한다.
비가 퍼붓는 장마철에 댐의 물 관리 시스템은 마치 오케스트라의 연주처럼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어야 했다. 비가 오는 기상관계, 비가 내린 양, 지형, 지형의 특성, 지질학적인 특성, 실제 물의 범람 정도, 하천의 수위와 지형의 구조를 비롯한 수리학적이며 토목학적인 데이터에 인공위성이 동원되는 첨단 시스템이었다. 물 관리 시스템의 적자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해마다 수배로 뛰었다. 직원이 80여명으로 증원되고, 논현동에 6층 빌딩의 사옥을 매입하게 되었다.
침체기를 벗어나고 도약하는 약 3년에서 4년 사이의 발전은 눈부셨다. PCMS 도스 버전 7.0을 발표하고, 마이크로 패널 신모델 발표, 일본 도시바에 PCMS를 수출하여 그 기술 로열티를 획득하였고, 닛산 자동차에 마이크로 패널을 150억원에 수출 수주하였다. 내가 목표하고 있는 매출액 1000억원을 달성할 날이 눈앞에 다가왔다. 사옥을 매입하여 입주하는 날, 나는 전 사원을 모아놓고 연설을 하였다.
『국내에서 상품을 파는 것은 당연한 것이지만, 우리는 세계로 나가야 합니다. 앞으로 다가오는 2000년대에는 우리의 회사가 세계로 나가야 할 것입니다. 호주에 연구 개발센터를 설립하고, 미국, 독일, 중국, 대만, 러시아에 지사를 설립할 것입니다. 우리의 기술을 세계 시장에 내놓아도 경쟁력이 있다는 생각이기 때문입니다. 우리 같은 중소기업이라고 해서 세계시장에 진출하지 말라는 법은 없습니다. 지금 대기업들은 자체기술 개발을 등한시하면서 외국업체의 제품을 들여와 외국 기업의 대리점 역할로 전락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모두 다 그런 것은 아니라고 해도, 상당수의 대기업들이 국내 제품을 써도 손색이 없는데 외국 것을 쓰고 있는 실정입니다. 우리는 역으로 외국에 나갑시다. 우리가 당한 것을 외국 시장에 풀어서 보복을 합시다. 기업 경쟁은 새로운 시대의 전쟁입니다. 우리는 경제의 전사들이라는 각오를 해야 합니다. 전쟁터에 나간 전사들처럼 치열한 의식으로 임해야 합니다. 우리가 사옥을 매입하고, 매출을 수백억원으로 신장시켰다고 해서 이것이 끝나는 것도 아니고 완성된 것도 아닙니다. 지금부터 시작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해냅니다. 여러분들은 나를 믿으십시오. 나도 여러분들을 믿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