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362)벤처기업

최고의 버전<24>

신 사옥으로 회사를 옮기면서 아내를 집으로 돌아가게 하였다. 무척 어려웠던 시기에 아내는 내가 해야 할 업무를 관장했다. 그리고 그것을 훌륭하게 해냈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 둘째 아이를 낳고 자식이 둘로 늘어나면서 아내는 가정에서 충실해주기 바랐다. 물론, 그것은 가부장적인 사고방식을 가진 내 생각이었다. 아내도 그렇게 하겠다고 했다. 회사 수입이 좋아지면서 월세방에서 전세방으로 옮겼지만, 다시 아파트를 하나 사서 옮겼다. 그리고 시골에 있는 부모를 서울로 모시는 일을 했다. 그 문제는 사업과 별개의 일로 아내와 상의해야 했는데, 같이 살지는 않지만 집 부근에 아파트를 사서 이사하도록 했던 것이다.

『새로 산 사옥을 수리해야 될 것 같아. 아버지가 건축을 한 분이기 때문에 아버지에게 맡길 생각이야. 그래서 이 기회에 두 분이 서울에 올라와서 사시게 하려고 하는데 당신 생각은 어때?』

『같이 살려는 것인가에?』

『같이 사셨으면 하였는데, 어머니가 반대하셔서 따로 집을 얻어 드리려고 해.』

같이 사는 것이 아니라고 하자 아내는 다소 안심을 하는 눈치였다.

『같이 사는 것은 반대에.』

『왜 그래? 이제 두 분의 연세도 많은데 모실 수 있잖아?』

『가끔 오셔서 하는 말씀도 사람 염장을 지르는데 같이 살면 내 명대로 못살 거에.』

『그게 무슨 말이야?』

『당신은 무조건 어머니편이지만, 어머니가 한마디 한마디하는 말씀은 너무 해에. 당신 사진을 보고 말랐다꼬 카시면서 여편네가 뭐하고 돌아다니기만 하였기에 제대로 음식도 해 먹이지 못해 이렇게 말렸느냐고 하시는카면, 내가 오면 여기 눌러살까 겁나지 하는 말씀도 하시면서 걱정마라 난 죽어도 너 시집살이시키려 들어와 살지 않으련다 하시는 거에요. 그것은 마치 내가 모시지 않는 것을 역으로 비꼬는 말씀 같고.』

『그만둬. 노인네가 망령이 들어 그런 식으로 말씀을 하신다고 해도 당신이 이해해야지 그걸 뭘 꽁하고 그래.』

나는 어머니가 좀 심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아내가 어머니를 비난하면 그렇게 싫었다. 도저히 들을 수가 없어 역정을 내었다. 이러한 반목은 상당히 심각했는데, 어머니에게 있어 아들이 절대적이었던 것처럼 나에게 있어서도 어머니의 의미는 소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