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활성화하고 정보통신기술이 진전될수록 사람사는 세상은 편리해질 것이다. 갈수록 쉽고 간단하게 사이버세상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자동차의 메커니즘을 몰라도 운전을 하며 자동차를 즐길 수 있듯이 인터넷과 여기에 돌아다니는 각종 콘텐츠가 어떻게 구성되는지 몰라도 PC를 켜고 원하는 사이트를 찾아들어가는 것만으로도 사이버세상의 혜택을 누리면서 살아갈 수 있다.
사이버세상은 사람들의 행동반경도 좁혀놓고 있다. 이미 재택근무가 현실화하고 있고 재택교육도 점차 확대되고 있다. 젊은층을 중심으로 여가활동의 상당 부분도 사이버세상에서 해결하게 된다. 이에 따라 범죄의 유형이 달라지면서 사람들이 입는 피해의 방식도 달라지고 있다.
얼마 전 세계 유명 웹사이트들의 가동을 멈추게 하면서 세상을 떠들썩하게 하고 클린턴 미국 대통령의 인터넷 인터뷰를 망쳐버린 해킹사건도 인터넷시대와 함께 관심을 끌고 있는 새로운 형태의 범죄다. 그러나 그동안 드러난 해킹은 일반 개인에게 피해를 주는 직접적인 것으로 나타나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 때문에 사이버세상을 접하는 일반인이 해킹을 심각한 범죄로 생각하지 않은 것도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렇지만 올들어 발생한 일련의 소비자 정보유출사건은 이같은 일반인의 생각에 경종을 울리기에 충분하다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지난 1월 퍼시픽벨사가 회원들의 비밀번호를 도난당한 데 이어 2월 들어서는 미국의 CD전문 온라인 판매회사 CD유니버스와 웹주소 단축서비스를 하고 있는 리얼네임스가 해킹을 당해 회원들의 신용카드정보가 유출됐다. 일반인의 인터넷 비즈니스가 신용카드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에서 신용카드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은 직접적인 금전적 피해로 연결될 수 있는 것을 의미한다. 따라서 길거리에 나서 돌아다니다 지갑을 도둑맞지 않고도 지갑에 넣을 수 있는 돈의 수십·수백배를 도둑맞을 수 있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소비자 정보유출은 금전적인 피해 말고도 정신적 피해로도 연결된다. 전화폭력의 연장선에서 네트워크를 이용한 사이버폭력에도 직면해 있으며 원치 않는 메일폭주에 의한 스트레스도 이미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국내에도 활동중인 해커들이 적지 않다. 전자쇼핑몰의 상거래 비중이 높아지고 금융권의 사이버트레이딩이 확대되고 있어 일부 악의적인 해커에 의한 직접적인 범죄행위도 늘어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국내외를 막론하고 사이버세상이 확대되면 될수록 절도나 폭력·사기 등 네트워크를 이용한 범죄행위는 그만큼 중대한 사회문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 오히려 네트워크로 묶이는 하나의 세상이 될 경우 이들 범죄행위도 국가를 초월해 이뤄질 것이 분명하다.
사이버범죄에 대응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을 수 있다. 웹사이트 운영자들이 이중삼중의 철저한 보안시스템을 구축해 활용하는 것이 가장 적극적인 방법의 하나다. 또 회원에 대한 정보요구를 최소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안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보안시스템의 발달만큼 해킹기술도 발전할 것이라는 점에서, 또 상거래에 필요한 최소한의 정보조차도 금전적·정신적 피해를 입을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완전한 해결책이 없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사이버범죄가 정보사회에 필연적으로 따라올 수밖에 없는 사회현상이라고 할 때 결국 교육이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는 해결책이 될 수 있다. 최근의 추세를 감안하면 갈수록 능력이나 기술이 개인의 가치를 매기는 잣대가 되는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이는 도덕적으로 성숙되지 않는 기술과 능력을 가진 이들이 많아질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이같은 환경이 범죄자를 키워내는 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문제다.
사이버세상이 발달할수록 인간성·도덕성 회복노력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는 가정이라는 작은 집단에서 해결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부의 국민교육 차원에서 체계적으로 이뤄져야 한다. 비록 게임이라고는 하지만 수많은 폭력과 전쟁을 통해 희열을 느끼며 성장하는 우리의 아이들을 정서적으로 순화시키고 올바른 윤리관을 갖게 할 수 있는 교육방안이야말로 이제 무엇보다 시급히 마련해야 할 과제가 아닌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