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민간연구소 51%에 해당하는 2552개의 정보통신·전기전자 관련 연구소는 대부분 90년대에 생겨났다.
90년 컴퓨터와 통신의 결합으로 정보통신산업이 본격적인 성장세에 접어들고 이 시기를 전후로 생겼다.
우리나라 정보통신연구소의 설립 역사는 70년대 중반부터 시작된다. 70년대 후반 매출액 300억원 이상의 제조업체, 가전 3사를 중심으로 연구부서가 설립되기 시작했다.
70년대 초반부터 80년대 초반까지 정보통신 연구개발은 해외파 박사들이 집결한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등 정부출연연구기관이 주도했다.
80년대 초반에 들어서면서부터 금성사와 삼성전자를 중심으로 국책연구소와 교환기, 전화기 등을 공동개발하면서 정보통신 대국으로서의 기반을 다지게 된다.
그러나 당시 정보통신 관련 연구소들은 정보통신분야 전문연구소라기보다는 연구개발부문의 한 영역으로 정보통신 관련 연구개발을 추진했다.
본격적인 정보통신 관련 연구소 설립은 연구소 설립조항이 완화되고 중소기업들이 정보통신 관련 신제품 개발에 뛰어들기 시작한 91년부터다.
때마침 불어온 컴퓨터·이동통신·유선통신의 급격한 보급도 중소기업과 정보통신 관련 기업들을 급격히 양산했다. 이들은 대기업에 대항해 신기술을 무기로 들고 나왔다.
특히 97·98년 대기업과 정부출연연구기관 구조조정 과정에서 벤처창업붐이 일면서 정보통신연구소 설립 증가세가 이어졌다. 95년 2000개에 불과하던 연구소는 2000년 2월 5000개를 돌파했다. 이 시기 생겨난 연구소는 대부분이 정보통신 관련 연구소였다.
특히 대기업과 정부출연연 연구원 출신이 기술·연구 중심의 기업을 설립하면서 연구소 숫자는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다.
이같은 정보통신기업 연구소 증가는 연구소 설립조건을 완화한 정부 정책에 힘입은 바 크다.
현재 대부분의 정보통신 관련 민간연구소는 연구전담요원 수가 5명에서 10여명 이내로 소규모 형태다.
이들은 부문별로 3∼4명이 한개의 아이템에 매달려 경쟁력을 갖춘 제품을 만들고 있다.
이들 연구소들이 개발하는 품목은 인터넷 등 초보적인 기술개발은 물론 정보통신 전분야에 고루 분포돼 있다.
특히 최근에는 대기업의 영역으로 분류됐던 위성통신기술과 정보처리기술, 교환기술 등에도 연구능력을 집중시키고 있다.
이들 민간 정보통신연구소들의 연구전략은 대기업이 담당하기 어려운 한개 분야에 집중 투자하는 것이 특징이다.
대기업이 전체 시스템에 대한 연구에 막대한 연구인력과 연구비를 투자할 때 이들은 한개의 핵심기술에 대한 집중투자로 기술력을 축적하고 있다.
오히려 해당 부문에서는 세계적인 기술로 인정받는 소규모 연구집단들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이들 정보통신 민간연구소의 성장에는 정보통신 분야의 성장이라는 호재를 빼놓을 수 없다.
특히 순조성액 2조3000억원에 이른 정보화촉진기금은 정보통신연구소의 신제품 개발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했다.
<김상룡기자 sr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