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산업에서 기업연구소는 미래의 기업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요건이다. 정보통신기술의 급속한 발전은 남보다 한발 앞선 아이디어와 상품개발, 디자인 등을 요구하고 있으며 이것이 곧 경쟁력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컴퓨터산업에 종사하는 대기업은 물론 중소기업들이 경쟁적으로 기술연구소를 설립하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에서 찾을 수 있다.
컴퓨터업계의 기술연구소는 일단 정부로부터 인증받은 전자·통신분야의 2000여개 중 대부분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많다. 여기에 비록 정부에 등록하지는 않았지만 중견 컴퓨터 벤처업체들은 모두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으며 회사 자체를 연구소로 설립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최근에는 벤처열풍으로 소프트웨어업체들이 대거 등장하면서 인터넷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소 설립도 크게 늘고 있다.
산기협에 등록된 기업부설연구소 수는 지난 97년말 3060개, 98년 3760개, 지난해에는 무려 4810개로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또 석달이 지나지 않아 5000개를 돌파한 것은 컴퓨터 관련 벤처기업들의 잇따른 연구소 설립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지금까지 설립된 기업부설연구소를 업종별로 보면 전자·전기분야가 지난 98년까지 50% 수준이었으나 현재는 전체의 60%를 훨씬 웃돌고 있다. 그러나 이를 대기업과 중소기업으로 분류할 경우 대기업 연구소 중 전자·전기분야는 20%대에 머물고 있지만 중소기업은 전자·전기분야는 전체의 50%를 훨씬 웃돌고 있다.
이는 연구소 설립이 크게 늘고 있는 현상이 바로 벤처기업들에 의해 이루어지고 있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실제 1·4분기 기준으로 살펴보면 중소기업 연구소는 95년 43개, 96년 65개, 97년 85개, 98년 112개, 99년 212개로 늘어났으며 올해도 이같은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 중소기업 연구소 중 60% 이상이 3∼5명의 연구원을 보유한 벤처기업이라는 사실은 최근 컴퓨터산업 전반에 불고 있는 벤처열기를 짐작케 해주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대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전문인력 확보가 어려운 중소벤처기업들로서는 병역특례제도를 통해 우수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기술 및 인력개발비 세액 공제제도, 산업현장 기술지원사업, 기술개발 준비금 적립제도 등 연구소에 대한 각종 세제지원제도가 활성화되면서 벤처기업들이 기술개발과 세제절감이라는 두가지 효과를 거둘 수 있다는 것도 연구소 설립을 촉진시키고 있다.
이밖에 지난 5월부터 벤처기업 확인기관을 중소기업청으로 단일화했는데 연구개발투자 기업형태의 벤처기업으로 확인받기 위해서는 사전에 기업연구소 설립인정이 필수적이어서 기업연구소 설립신고 건수 또한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컴퓨터산업에서 삼성전자나 삼보컴퓨터 등 대기업 부설연구소들은 음성인식기술이나 멀티미디어기술 등 대부분 컴퓨터 관련 기반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컴퓨터와 통신, 가전 등 융합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또 이들 연구소 대부분은 미국이나 유럽 등 현지에 연구소를 설립해 선진 기술정보의 획득이나 디자인기술 습득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삼보컴퓨터의 e머신즈는 본사 연구소와 현지 연구소가 공동으로 일궈낸 성과 중 하나다.
이에 반해 소프트웨어 중심의 중소벤처기업들은 인터넷을 중심으로 한 테마와 새롭게 떠오르고 있는 리눅스를 기반으로 한 각종 응용 소프트웨어 개발에 주력하면서 화려한 도약을 꿈꾸고 있다.
기업 자체가 곧 연구소가 돼버린 컴퓨터업체들의 기술개발 노력은 우리나라를 정보강국으로 이끌어가는 견인차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