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 부설연 5,000개 시대>인터넷·벤처 분야

인터넷 시장은 흔히 인프라·솔루션·서비스(콘텐츠)로 나뉜다. 인터넷 비즈니스에 발을 담그고 있는 업체라면 이 범주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인터넷 관련 연구소의 역할은 당연히 이 카테고리에서 규정된다. 물론 사업에 따라 업체마다 조금씩 다른 색깔을 갖는다.

일반적으로 기업에서 연구소는 기술을 창조하고 생산하는 집단이다. 개발하고자 하는 기술의 미래가치를 정확히 평가하고 개발된 기술이 적재적소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투자와 인력을 효율적으로 이용하는 것이 연구소의 몫이다.

더욱이 벤처기업에 있어 연구개발 분야는 「기업의 존재이유」라 불릴 정도로 비중이 높다. 그만큼 첨단 기술과 아이디어가 차지하는 역할이 크다는 방증이다. 사업 분야 못지 않게 어떤 엔지니어 인력이 포진하고 있느냐가 기업 평가의 기준이 될 정도다.

사실 인터넷이 부상하기 전까지 「벤처기업=기술력」이었다. 달리 말하면 기술력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이 지상과제였다. 또 연구소 인력이 전체 인원의 얼마를 차지하느냐가 벤처기업의 옥석을 가리는 기준이 됐다.

하지만 최근 부상하고 있는 인터넷 관련 기업들은 딱히 연구소라는 타이틀을 갖고 있지 않다. 사장이 바로 연구소장이고 전사원이 마케팅 인원이자 엔지니어다. 이들에겐 단지 아이디어와 기술이 있을 뿐이다. 사장을 비롯한 모든 직원이 소위 시장에서 「한 건」할 만한 기술이나 아이템에 몰두하고 이를 상품화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는다. 공인된 부설 연구소를 갖고 있는 벤처기업을 찾기가 드문 것도 이런 이유다. 어쩌면 벤처기업에 연구소라는 조직은 몸집을 가볍게 하는 데 거추장스러운 존재다. 재빠른 시장 대응력과 인력 구조를 고려할 때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회사가 어느 정도 안정궤도에 진입해 경영·관리·기술·마케팅 분야 등 기본적인 회사의 모양새를 갖출 때 비로소 연구소라는 명패를 달게 된다.

실제로 국내의 대표적인 인터넷기업인 인터파크의 경우 회사가 설립되고 3년이 지나서야 연구소를 세웠으며 인터넷 경매업체인 옥션도 올해 연구소 설립을 추진중이다. 그나마 소프트웨어나 애플리케이션 기술이 주력 사업분야인 인터넷 솔루션업체 정도가 부설 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구소는 변변치 않지만 이들 인터넷 비즈니스 관련 업체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키워드가 「첨단 기술」과 「독특한 아이디어」라는 것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일반적인 첨단 기술에 대한 정의는 쉽게 말해 선진국이 과점하고 있는 기술이다. 이는 우주·항공·유전공학·신물질·반도체 등과 같이 많은 개발비와 오랜 연구경험의 축적이 있어야만 기술 개발이 가능하다.

벤처기업을 기준으로 말하는 첨단 기술은 좀 다르다. 비용이나 시간 투자 없이도 시작할 수 있는 신생 기술이나 하이터치 기술이다. 선구자적인 자세로 새로운 기술분야를 개척하거나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실용성 높은 상품을 개발하는 것이다. 신생 기술분야는 개발의 여지가 많으면서도 개발 속도가 빨라 적은 연구비로도 선점자의 지위를 확보할 수 있다.

야후의 인터넷 관련 검색엔진 기술은 당시 미국의 기술 수준을 고려할 때 그리 대단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나 미래의 성장 시장을 정확히 예측하고 발빠르게 이용자 위주의 기술을 구현함으로써 세계 제일의 인터넷 포털서비스 회사로 성장할 수 있었다. 하이터치 기술은 이미 나와 있는 제품을 개량하거나 기능을 첨가하는 것으로 벤처기업이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분야다.

최근 벤처붐과 맞물려 벤처기업이라는 딱지를 붙이고 있는 기업만 5000개에 이른다. 이 중 소프트웨어와 인터넷 관련 기업이 3분의 2를 넘어서고 있다. 미국 실리콘밸리와 유사한 테헤란밸리가 국내에서 벤처의 메카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인터넷과 전자상거래가 경제 성장의 견인차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국내 인터넷기업의 경우 경영 노하우가 부족하고 유수 선진업체와 세계시장을 놓고 경쟁할 만한 핵심분야가 없으며 우물안 개구리 식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국내 인터넷 관련 기업이 독창적인 아이디어와 차별화된 서비스 제공에도 불구하고 취약한 물리적·제도적인 인프라와 협소한 국내시장, 후발주자라는 핸디캡을 안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앞으로 벤처기업이 마케팅 못지 않게 기술과 연구 분야에 집중해야 하는 명확한 이유이자 풀어야 할 과제라는 얘기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이니시스 최중섭 연구소장

이니시스(http://www.inicis.com)는 국내의 대표적인 인터넷 지불시스템 전문업체로 인터넷 전자지불 시장의 7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시장 주도업체 중 하나다. 이니시스 연구소를 전두에서 지휘하고 있는 사령관이 바로 최중섭 연구소장이다.

『연구소는 철저한 시장조사를 통해 해당 분야의 기술을 꿰뚫고 있어야 합니다. 기술 로그맵을 통해 당장 내년, 5년, 10년 정도의 기술 트렌드를 파악해야 합니다. 특히 인터넷이나 전자상거래 분야는 조금만 늦어도 뒤떨어지기 때문에 연구소 입장에서 신경이 쓰이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니시스의 싱크탱크 역할을 맡고 있는 최 소장이 강조하는 연구소의 역할이다. 이니시스는 벤처기업의 전형답게 전체 인원의 70% 정도가 연구소 인원이다. 그만큼 기술 개발에 승부를 걸고 있다는 증거다. 현재 이 연구소에서는 총 5개 프로젝트가 진행중이다.

『이니시스 연구소는 프로젝트별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통합고지시스템을 필두로 한 인터넷 빌링, 택배·물류, 사이버 뱅킹 분야입니다. 일부에서는 불필요한 연구인원을 줄이기 위해 기술이나 시스템을 아웃소싱하기도 하지만 이니시스는 기술만큼은 토털 솔루션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원천기술에서 기반·응용 기술을 확보해야 경쟁력이 있다는 배경에서죠.』

최 소장은 가능한 한 연구원의 자발성을 존중해 준다. 위에서 시켜서 하기보다는 스스로 원해서 기술 개발에 매진할 때 생산성이 높다는 판단 때문이다.

올해로 설립된 지 2년이 되는 이니시스 연구소는 조만간 분당으로 연구소를 이전한다. 오직 연구개발만 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마련해 주자는 의도에서다.

최 소장은 『올해가 해외시장에 진출하는 원년이 될 것』이라며 『연구소의 경쟁력이 바로 회사의 경쟁력』이라고 힘주어 강조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

다날 박민 연구소장

다날(http://wwww.danal.co.kr) 기술연구소는 총 5개팀으로 구성돼 있다. 프로젝트별로 사업 아이템을 구체화하고 있으며 이미 상용화해서 세상에 선보인 기술도 다수 존재한다.

다날 기술연구소를 총괄하며 5개팀을 지휘하는 사람이 바로 박민 소장이다.

『모든 회사 직원이 바로 개발자나 마찬가지입니다. 5개팀은 이를 취합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조언자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1팀과 3팀은 사이버레이스·채팅프로그램 등 인터넷 분야를, 2팀은 은행방문시스템 등 소프트웨어 분야를, 4팀은 사용자인증시스템·단말기게임 등을, 마지막으로 5팀은 기술 기획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기업 연구소 못지 않게 짜임새 있는 구조라고 강조하는 박 소장은 연구소에서 갖고 있는 기술 특허만 20건을 넘는다고 강조한다. 이 가운데 대표적인 기술이 지난해 개발, 한솔엠닷컴 등에 공급한 문자입력시스템이다. 이는 이동전화가 점차 음성에서 데이터 서비스로 전환하면서 이를 겨냥해 손쉽게 이동전화 자판을 이용해 문자 서비스를 전송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인터넷·통신 분야는 마케팅 부서도 마찬가지지만 기술 역시 치열한 생존 경쟁의 시장입니다. 남보다 한 발 앞서 개발해 이를 사업화하는 것이 곧바로 사업 승패로 연결됩니다. 사업 아이템을 구상하는 것 못지 않게 개발 기간에서도 스피드가 필요합니다.』

다른 벤처기업도 마찬가지지만 대부분의 연구원들이 낮과 밤 구분 없이 회사에서 생활하는 것이 일상적인 일이라고 강조하는 박 소장이 바라보는 벤처시대의 기술 철학이다.

다날 연구소가 올해 주력하는 부분은 인터넷 비즈니스와 관련된 사업. 단순히 아이디어성 모델에 그치지 않고 여기에 기술력을 가미해 경쟁력을 갖는다는 전략이다.

박 소장은 『다날을 돈은 많이 벌었지만 수명이 짧은 기업보다는 기술력을 기반으로 오래도록 남는 벤처기업으로 만드는 것이 소망』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