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팬에게는 워런 비티 주연의 갱스터 무비 「벅시」를 통해 널리 알려진 아네트 베닝은 나이가 들면서 그 빛을 발하는 배우다. 20대 후반에 들어서면 인기가 떨어지는 일반적인 경우와 달리 그녀는 30대에 접어들면서 명성과 인기를 모으기 시작했다. 32세의 나이로 출연해 90년 아카데미 여우조연상 후보에 오른 「그리프터스(Grifters)」를 비롯해 워런 비티의 결혼과 상업적인 성공을 안겨준 「벅시」와 「러브 어페어」, 대통령과 사랑을 나누는 여인 역의 「미국 대통령」, 엘리자베스 여왕 역을 맡았던 「리처드 3세」, 팀버튼의 「화성침공」 및 「인드림스」 등과 같은 그녀의 출세작은 모두 30세 이후의 출연작들이다. 이런 까닭에 아네트 베닝은 우아한 중년 귀부인의 이미지를 갖고 있다.
올해로 42세인 그녀가 이번에는 「아메리칸 뷰티」를 통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에 도전한다. 특히 「아메리칸 뷰티」에서 그녀는 여왕의 이미지를 버리고 『미국의 평범한 가정주부이면서도 성공을 위해 바람을 피우는 부동산 중개업자』로 변신한다. 아네트 베닝은 3월말에 열리는 올해 오스카에서 여우주연상을 거머쥐면 30대에 영화계에 발을 들여놔 40대에 전성기를 맞는 여배우라는 특이한 기록을 세우게 된다. 아네트 베닝 스스로도 귀부인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성격파 배우로 자리잡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97년 셋째 딸을 낳고 출연작 수를 늘리며 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는 아네트 베닝은 지난해 「아메리칸 뷰티」와 「인드림스」에 출연했으며 올해에는 「왓 플래닛 아 유 프롬?」을 통해 또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기대된다.
<강재윤기자 jy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