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에는 어느 때보다 다양한 장르의 화제작들이 풍성하게 출시된다. 할리우드 액션 팬들은 다소 서운하겠지만 공포·스릴러·드라마 등을 좋아하는 고객들은 오랜만에 좋은 작품을 대할 수 있게 됐다.
3월 한달 동안에는 총 49편의 신프로가 출시리스트에 올라와 있으며 이중 액션물은 14편으로 28% 정도를 차지하고 있다. 다른 달의 경우 액션물이 전체 작품에서 60% 이상을 차지한 것과 비교하면 액션물 출시 편수가 절대적으로 줄어들었다. 공포물·액션·스릴러·드라마·에로·성인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들이 액션물의 빈공간을 메우고 있는 셈이다.
공포물의 경우 살아 움직이는 대 저택이 공포의 대상으로 둔갑한 「더 헌팅(드림웍스)」을 비롯해 인간만큼 영리해진 거대한 상어가 빚어내는 공포를 그린 「딥블루씨(워너브러더스)」, 악령이 깃들인 인형을 소재로 한 「처키의 신부(CIC)」 등이 손에 꼽힌다. 학교를 배경으로 한 「여고괴담2(우성시네마)」와 초등학교를 배경으로 한 어린이용 호러물 「학교전설」도 가세하고 있다.
이 중 「더 헌팅」은 토네이도라는 회오리 바람을 소재로 한 「트위스터」를 만든 얀 드봉 감독의 작품으로 스토리 구성이나 짜임새는 약하지만 특수효과가 뛰어나다. 특히 살아 움직이는 저택과 등장인물이 상대적으로 작게 보이게 만든 저택 내부는 압권이다. 아이들의 영혼을 구하려는 넬 역을 맡은 신예 릴리 타일러의 연기력이 돋보인다.
상어를 소재로 한 「딥블루씨」는 그동안의 「조스」 시리즈가 심리적인 묘사를 통해 상어를 공포의 대상으로 형성한 것과 달리 과학 실험을 통해 영리하고 거대해진 상어를 정면으로 내세워 액션을 강조했다. 「여고괴담2」는 전작보다 흥행성 면에서는 약하지만 1편과 비교해 독립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여고괴담」이라는 제목이 갖고 있는 인지도와 맞물려 비디오 대여시장에서는 예상외의 흥행성적을 거둘 것으로 제작사측은 기대하고 있다.
주연을 맡은 인기 개그맨 신동엽의 대마초 파문으로 출시 일정이 늦춰진 「학교전설」은 「여고괴담」의 무대를 초등학교로 옮겨 놓은 것으로 처녀귀신을 비롯, 넝마귀신·짝사랑귀신·요리사귀신·경찰귀신 등 헤아릴 수 없는 많은 귀신들이 등장해 어린이들을 공포의 세계로 몰아가는 어린이용 호러영화다.
액션물의 경우 해리슨 포드 주연의 로맨틱 액션인 「랜덤하트(콜럼비아트라이스타)」를 비롯, 실베스터 스탤론 주연의 「캅랜드(영유통)」가 가장 인기를 모을 것으로 보인다. 「캅랜드」에서 실베스터 스탤론은 「람보」 「클리프행어」 「데몰리션 맨」 등에서 볼 수 없는 새로운 형태의 액션을 보여준다. NBA 농구스타 데니스 로드맨이 주연을 맡은 테크노 액션 「사이먼세즈」, 지구를 향해 날아오는 거대한 운석을 막기위해 벌어지는 사건을 소재로 한 「저지먼트 데이」, 공중납치된 여객기의 인질 구출 작전이 볼거리인 「에어포스 21」, 남북전쟁 말기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잠수함을 소재로 한 「헌리호의 최후」, 흡혈귀로 되살아난 여인이 현대에 살인청부업자로 살아간다는 독특한 소재의 흡혈귀 영화인 「뱀파이어의 분노」 등 다양한 소재의 액션물이 출시된다. 여기에 「암전영웅」 「엔터 더 이글」 「프로젝트B」 등 홍콩액션 영화와 SF액션을 표방한 「크로우」도 볼 만하다.
스릴러 장르의 작품 중에는 지난해 극장 개봉시 70만명의 관객을 동원, 우리영화계에서 하드고어 스릴러라는 새로운 영역을 개척한 「텔미썸딩(20세기폭스)」이 가장 눈에 띈다. 「접속」의 장윤현 감독의 두번째 작품으로 엽기적인 토막살인 사건을 소재로 하고 있으며 특수효과를 이용한 「잘려나간 팔, 다리」의 묘사 장면은 가히 충격적이다.
하지만 하드고어 장르에 대한 비중이 커 심리묘사나 짜임새 있는 스토리 구성과 같은 기존 스릴러의 비중이 다소 축소된 것이 흠이다.
이밖에 법정 스릴러인 「지나거손의 스캔들(우일영상)」, 작은 시골마을을 배경으로 벌어진 연쇄 강간 살인사건의 범인을 쫓는 에로틱 스릴러 「언더 커버 킬러」, 완전 범죄를 꿈꾸는 백만장자 도둑 이야기를 다룬 「토마스크라운 어페어」, 가짜 명화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인코그니토(SKC)」 등이 인기 후보작이다.
다양한 소재의 드라마 작품들도 볼 만하다. 동양적인 감성으로 포장된 홍콩판 「사랑과 영혼」인 「성원(새롬엔터테인먼트)」을 비롯해 기형적으로 작은아이가 펼치는 가슴 따뜻한 인간애를 그린 「사이먼버치(브에나비스타)」, 러시아 유학생 민병훈이 감독한 러시아 배경의 멜로물 「벌이 날다」, 노예해방 직후 인종차별에 시달렸던 흑인들의 삶을 조명한 「비러브드」, 성에 대한 정체성과 삶의 의미를 다룬 스페인 영화 「내 어머니의 모든 것(스타맥스)」 등의 신작이 출시된다.
에로물의 경우 지난해 베니스영화제 본선 진출 이후 외설시비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는 「거짓말(새한)」이 비디오로 출시돼 외설논쟁이 안방극장으로 옮겨지게 됐다. 「거짓말」이 안방극장에서 어떻게 평가될지 아직은 미지수지만 흥행성 면에서는 기대를 모으고 있다. 이밖에 「환상속의 정사」 「수호전지 영웅호색」 「미스터 비아그라(영성프로덕션)」 「섹스 온더 비치」 등의 에로영화도 출시된다.
국내 비디오 시장에 성인용 애니메이션의 가능성을 열어놓은 「누들누드」 시리즈의 맥을 잇는 성인용 애니메이션 두 편도 출시된다. 국내에서 제작된 성인 애니메이션인 「69 핑그라이더스」와 미국산인 「헤비메탈 FAKK2」가 그것이다. 「69 핑그라이더스(세음미디어)」는 포르노 애니메이션을 표방한 작품으로 상징적인 성의 풍자에 치중했던 「누늘누드」 시리즈와 달리 노골적인 성적 묘사를 감행했다. 「헤비메탈 FAKK2」는 미국 애니메이션이지만 디즈니 클래식 애니메이션과는 전혀 다르다. 스토리 전개와 무관한 목욕 장면과 여자 주인공 줄리의 노출이 심한 옷차림만 아니라면 단순한 성인용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는 컬트적인 애니메이션으로 평가될 작품으로 컴퓨터그래픽으로 처리된 전투기 공중전과 우주선 묘사 등 몇몇 장면은 디즈니 클래식·재패니메이션 등과는 또 다른 완성도를 보여준다.
<강재윤기자 jy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