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P를 해부한다]2회-ASP 유망산업 급부상

여러 업체가 필요로 하는 애플리케이션을 특정 서버에만 설치하고 고객으로 하여금 네트워크 접속을 통해 소프트웨어를 빌려 사용토록 하는 ASP(Application Service Provider)사업이 향후 유망사업으로 급부상함에 따라 국내외 기업들이 너도나도 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대형 IT기업에서 통신사업자, SI업체, 일반 소프트웨어 업체들을 막론하고 일제히 이 분야에 눈을 돌리는 것은 회선 인프라 확충과 기존 소프트웨어 산업 수요침체 등의 시장상황과 맞물려 ASP가 새로운 인터넷 비즈니스로 인식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이제 더 이상 한번에 수천만원에서 수억, 수십억원씩 투자비를 들여 소프트웨어를 구입 설치하는 시대는 지났고 소프트웨어를 임차해 사용함으로써 유지 및 관리에 들어가는 인력과 비용을 절감하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조사전문기관인 톨리그룹이 조사한 바에 따르면 기업이 ASP 서비스를 도입할 경우 기존 데스크톱 방식 컴퓨팅 환경에 비해 도입 첫해에 총소유비용(TCO)이 44% 감소되고, 4년 정도가 흐르면 약 65%가 감소된다.

ASP 시장전망에 대한 자료는 각 조사기관에 따라 다르긴 하지만 98년이나 99년에 비해 2000년 이후 기하급수적으로 팽창하리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세계적인 조사전문기관인 IDC는 세계 ASP 시장규모가 지난해 1억5000만달러에서 2003년 20억달러로 10배 이상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또 포레스터리서치는 이 분야 시장이 98년 9000만달러에 불과했으나 2001년에 64억달러로 확대되리라고 내다봤다. 우리나라의 LGEDS시스템이 지난해 사업타당성 검토를 위해 전자신문사 및 컨설팅업체들과 공동으로 ASP 수요조사를 실시한 결과 향후 5년간 국내 1000대 중견기업 대상 누적수요가 65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다.

이처럼 시장의 팽창이 예상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도 ASP서비스 제공을 위한 준비작업이 진행되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이미 서비스를 시작했다. ASP사업은 대기업, 중소·중견기업, 개인 대상으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오라클이나 SAP 등 ERP업체들은 대기업을 대상으로 한 ASP사업을 구상하고 있다. 협력업체나 자회사와의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적인 대기업은 새로운 환경에 맞도록 인터넷 기반의 ERP 시스템을 구축하고 향후 기업간(B2B) 전자상거래 시스템으로 확대한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그 때문에 ERP나 SCM, CRM 등 대규모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인 대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ASP사업의 시장전망은 한층 밝아질 것으로 보인다.

중소기업 대상 서비스의 경우 지난해 11월 피코소프트와 데이콤이 공동으로 내놓은 「인트라넷21」이 대표적이다. 인트라넷21은 데이콤의 전용회선 상품 이용자들에게 피코소프트의 회계, 일정관리, 인사, 구매, 재고관리 등 기업에서 필요한 각종 업무를 무료로 이용토록 하는 비즈니스 모델이다. 데이콤은 인트라넷21을 무상 제공함으로써 보라넷 가입자를 크게 늘리고 피코소프트는 보라넷 회원을 그대로 자사 이용자로 끌어들이면서 데이콤과 회선 수익을 배분하는 형태다. 피코소프트는 2월말까지 인트라넷21 회원사를 2000여개 확보하고 상반기 중 5000개를 돌파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하나 유망한 ASP사업이 바로 개인을 대상으로 하는 서비스다. 이제까지 개인 이용자들은 워드프로세서나 스프레드시트 등 오피스 프로그램을 데스크톱 PC에 일일이 설치해 사용하고 새로운 제품이 나올 때마다 업그레이드하는 번거로움을 감수해 왔다. 하지만 한글과컴퓨터의 「넷피스」 같은 서비스를 통해 이같은 번거로움을 없애고 인터넷만 연결돼 있다면 회사에서 하던 작업을 물리적인 하드디스크에 저장하지 않고 가상공간에 뒀다가 언제든 불러서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같은 ASP는 오라클, SAP,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인 IT업체가 준비중이며 한국통신, 하나로통신, 드림라인 등 기간통신사업자들도 인터넷데이터센터와 연계해 제공할 예정이다.

업체들이 개별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는 한편으로 ASP컨소시엄이 내달 공식 출범하고 3월 4일부터 회원가입 신청을 받는 등 ASP사업자들간 정보교환 및 사업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움직임도 발빠르게 전개되고 있다.

이제 개인이나 기업에서 하드디스크나 플로피디스크 사용이 낯설어지는 시대가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

<전경원기자 kwju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