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화제벌의 비밀

흔하게 볼 수 있는 벌은 군집생활 등 많은 비밀을 간직하고 있는 곤충이다.

벌이 가진 비밀 중의 하나가 최첨단 기술에서조차 제대로 가늠할 수 없는 비행거리 측정술이다. 벌들은 어떻게 이동거리를 정확히 간파해 원하는 곳까지 날아갈까.

사이언스지는 최근 커버스토리로 벌들의 행태에 관한 흥미있는 연구결과를 소개했다.

일단의 생물리학자들은 심리학자들이 인간의 뇌를 연구할 때 쓰는 광학적 환상을 이용해 벌을 연구, 벌들이 어떻게 이동거리를 가늠하는가 하는 논쟁을 종식시켰다.

연구팀은 벌들이 실제보다 약 30배 이상 빨리 날아간 것처럼 느끼도록 했는데 연구결과는 어떤 상황에서도 벌들은 자신들이 이동한 거리를 정확히 재면서 날아다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럼 이것은 어떤 원리에서 연유할까.

꿀이 많은 꽃을 발견한 벌은 벌집으로 돌아가 다른 벌들에게 빠른 날개 짓으로 춤을 추어 보여 다른 벌들에게 먹이가 있는 곳을 알려준다. 벌들은 춤추는 시간이 얼마 동안인가를 알아내 위치를 파악한다.

동물학자들은 오랫동안 벌들이 자신이 이동한 거리를 육안으로 재는가 아니면 그 거리를 날아오는 데 소모한 에너지 양으로 추정하는가를 놓고 논쟁을 벌였었다.

호주 국립대학교 연구팀은 높이 나는 비행기가 낮게 나는 비행기에 비해 훨씬 느리게 느껴지는 것처럼 주어진 속도에 대해 배경이 멀 경우 이동이 느린 것처럼 느껴지는 이른바 환영(Illusion)을 활용해 벌들이 육안으로 거리를 측정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연구팀은 보통 지상 2m 정도로 나는 벌들을 훈련시켜 내벽에 복잡한 정사각형 패턴이 그려진 11㎝폭의 터널 속으로 날아가도록 했다. 배경을 가까이 있게 해 벌들이 실제보다 더 빨리 비행하는 것으로 여기게끔 함으로써 주어진 시간 내에 더 긴 거리를 이동했다고 착각하도록 만들었다. 실험결과 벌들은 실제로 속아넘어갔다. 6m 길이의 튜브를 통해 날아갔다 돌아온 벌들은 200m나 되는 비행을 하고 돌아왔을 때만큼 오랫동안 날개 춤을 추었다.

꿀벌들이 육안으로 거리를 측정한다는 사실에 대한 확실한 증거가 제시된 것이다. 일리노이대학 곤충학연구팀이 앞서 한 다른 꿀벌들의 날개 춤을 보고 꿀이 있는 곳까지 정확한 거리를 알아내는가에 대한 실험에서는 특수 안테나를 사용하는 방법으로 700m까지 벌의 행방을 쫓아갈 수 있다는 것을 밝혀냈다. 그러나 벌들을 레이더로 추적해 분석한 레이더 비행지도를 통해 벌들은 목적지까지 직선 행로를 날아갈 줄 모른다고 확언했다.

<정창훈 기자 ch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