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피플>STIC 도용환사장

『21세기는 모름지기 네트워크의 시대입니다. 다양한 분야의 힘을 합치지 않으면 경쟁에서 이기기 어렵습니다. 날이 갈수록 다양화, 다원화, 다변화하는 시대에서 혼자서 모든 것을 다하겠다는 생각은 이제 구시대적 발상입니다. 각자가 가진 노하우와 브랜드를 적절하게 결합하는 것만이 생존을 위해 꼭 필요한 수단이자 성공 요인입니다.』

최근 공격적인 벤처투자와 과감한 투자재원 조달(펀딩)로 벤처인베스트먼트 시장에 신선한 바람을 몰고 온 STIC그룹의 도용환 사장(43). 전자신문과 STIC의 계열사인 STIC IT벤처투자가 공동으로 추진중인 ET벤처펀드의 산파역을 맡으며 다시 한번 벤처캐피털 업계의 집중적인 조명을 받고 있는 도 사장은 ET펀드를 바로 네트워크의 효율적 활용에서 착안했다고 강조한다.

벤처붐을 견인하고 있는 인터넷과 정보통신(IT) 분야에서 높은 지명도와 강력한 데이터베이스를 확보하고 있는 전문언론인 전자신문의 유무형의 네트워크와 STIC그룹의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연결하면 엄청난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다는 얘기다. 또 그렇게 되면 결국 벤처산업 발전에 일익을 담당하고 국익에도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게 도 사장이 말하는 ET펀드의 추진 배경이다.

도 사장은 사실 최근 ET펀드를 비롯해 대형 펀드를 잇따라 조성, 매우 공격적인 투자로 동종업계에서 질투에 가까운 시선을 받고 있다. 아직 벤처기업이나 벤처캐피털 업계에서 무명이다시피 하게 도 사장의 네임 벨류가 약하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벤처캐피털 업계 근무경력이 없는데다 지난해 7월에야 STIC벤처투자라는 창투사를 설립하며 시장에 명함을 내민 탓이다.

그러나 도 사장은 실제로는 기업분석·투자분야에서 16년 경력을 갖고 있는 준비된 벤처캐피털리스트다.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와 82년 제일종금에서 사회 첫발을 내디딘 그는 96년까지 신한종합연구소·신한생명·제일생명을 거치면서 주로 주식과 채권 운용 분야에서 활약하며 투자 노하우를 터득했다. 96년에는 당시로서는 개념마저 생소했던 인베스트먼트뱅크(투자은행)인 STIC를 설립, 자연스럽게 「필드경험」까지 차곡차곡 축적했다.

도 사장은 이후 STIC란 지주회사를 축으로 STIC투자자문, 한단정보통신, STIC IT벤처투자, STIC USA 등 국내외에 관련 계열사를 잇따라 설립하며 국내에서는 가장 짜임새 있는 인베스트먼트뱅킹그룹을 만들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특히 STIC IT벤처투자 설립에는 국내 최대의 이동전화 업체인 SK텔레콤을 대주주로 끌어들여 업계를 놀라게 했다.

『상장업체의 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퍼블릭 에쿼티(Public Equity)」 투자와 미등록·비상장 벤처기업 주식을 대상으로 하는 「프라이빗 에쿼티(Private Equity)」 투자는 성격이 매우 다릅니다. 기업의 미래가치를 보고 투자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투자·회수 시기, 판단기준, 투자자 역할 등 기능적인 면에서 차이가 많습니다.』

도 사장은 비록 퍼블릭 에쿼티에서 시작, 주식유통시장에서 잔뼈가 굵었지만 요즘은 프라이빗 에쿼티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주식발행시장의 투자인 벤처투자는 기본적으로 높은 위험을 수반하지만 성공했을 때는 상상할 수 없는 보상을 가져다주며 단순한 머니게임식 투자가 아닌 패러다임 변화를 선도하는 투자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특히 벤처투자는 변화의 태동을 미리 감지하고 변화를 통해 배우고 새로운 지식을 늘려가며 변화의 최전방과 중심에 설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벤처캐피털의 생명은 유연성과 신속성입니다. 환경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하고 잘못된 판단은 즉각 시정해야 합니다. 또 모든 의사결정을 남보다 반박자 이상 빨리 해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지나치게 속도에 의존하다보면 패착을 둘 수가 있기 때문에 냉철한 이성이 필요합니다.』

도 사장의 이같은 직업 특성은 그의 취미생활까지 바꾸어놓았다. 그는 요즘 들어 부쩍 명상을 하거나 인터넷으로 바둑(아마4단)을 두는 시간이 많아졌다. 또 주말에는 골프(핸디14)도 거의 빼놓지 않고 즐긴다. 「선택」과 「결정」을 반복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벤처캐피털리스트의 직업병인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냉정을 잃지 않기 위해서는 이보다 더 좋은 매개체가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패러다임이란 보통 환경에 따라 변하게 마련이지만 중요한 것은 누가 먼저 환경변화에 적응하고 남보다 한발 앞서 탄력적으로 패러다임을 바꾸는 데 대응하느냐는 점』이라고 강조하는 도 사장은 앞으로 환경변화에 순응하기보다는 탄력적이고 능동적인 대응을 통해 벤처산업의 패러다임 변화를 주도하고 국내 벤처산업의 성장에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

<약력>△57년 경북 경산 출생 △75년 경북고 졸업 △82년 고려대 경제학과 졸업 △90년 고려대 경영대학원 경영학석사 △82∼87년 제일종합금융 △87∼89년 신한종합연구소 책임연구원 △89∼90년 제일종합금융 주식·채권 운용 △90∼96년 신한생명보험 투자운용실장 △96∼ STIC 대표이사 △99∼ STIC IT벤처투자 투자심의위원장 △99∼ 현재 정보통신부 산업기술심의위원회 심의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