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독립공사로 전환되는 EBS의 수신료 지원 비율을 놓고 방송계에 격론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몇 차례 실시된 방송법 시행령(안) 관련 공청회와 세미나에서도 EBS의 수신료 지원 비율은 가장 뜨거운 쟁점중 하나다.
그동안 교육부 산하 기관에서 독립공사로 전환하는 EBS의 재정 자립을 위해서는 수신료의 대폭 지원이 불가피하지만 KBS 입장에서도 수신료를 대폭 지원해주기 힘든 상황이다. 사회교육방송·장애인 방송 등 국고 지원이 필요한 사업을 수신료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는데다 향후 지상파 디지털 방송, 위성방송, 월드컵 중계방송 등 굵직굵직한 현안이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독립공사로 전환하는 EBS를 나 몰라라 팽개쳐 두기도 곤란한 상황이다.
현재 문화관광부가 마련한 방송법 시행령(안)은 KBS의 수신료 수입중 3%를 EBS에 지원토록 규정하고 있다. KBS는 EBS에 수신료를 지원하는 대신 방송발전기금을 타방송사업자들의 3분의 2만 징수하도록 했다.
그러나 이같은 방침에 대해 EBS와 방송계 일각에서 불끈하고 반발하자 문화부는 EBS에도 방송발전기금을 KBS 수준으로 깎아 주겠다는 수정안을 내놓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EBS측은 수신료 지원 비율을 대폭 상향 조정하기 전에는 재정 자립이 힘들다며 종전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EBS가 올해 독립공사로 전환하면서 필요한 예산은 작년의 700억원 수준보다 500억원 가량 증액된 1200억원이다.
만일 KBS에서 수신료의 3%를 지원받으면 120억원을 지원받게 되는 셈이다. 전체 예산중 최소한 800억원은 수신료로 충당되어야 하는데 3%로는 턱도 없다는 게 EBS측 주장이다. 물론 광고 수입과 방송발전기금에서 지원 받을 수 있지만 금액이 그다지 크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다.
우선 광고 수입의 경우 재원에 대한 기여도가 매우 적다. 광고주들이 시청률이 저조한 공영방송인 EBS에 광고를 내보내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데다 그나마 집행되는 광고도 기존의 지상파 방송광고에 「끼워팔기」식으로 들어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는 게 EBS측의 주장이다.
이렇게 해서 들어오는 광고수입이 지난해의 경우 대략 95억원이었다.
방송발전기금에서 지원되는 금액도 기대치에 크게 미달한다.
방송계 전문가들은 올해 방송발전기금 조성 규모가 대략 900억원 정도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900억원중 상당 기금이 방송유관 단체와 시청자단체 등에 지원될 예정이다.
여기다 최근 문화부는 2002년까지 아리랑TV에 방송발전기금중 458억원을 지원, 국제위성방송망을 구축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계획이 그대로 추진된다면 기금중 상당 부분이 아리랑TV의 해외 위성방송 부분에 할애될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EBS에 지원될 수 있는 기금 규모는 작을 수밖에 없다.
이같은 상황을 감안할 때 수신료 지원 비율의 대폭 상향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게 EBS측 주장이다.
EBS측은 최소한 수신료의 20%를 지원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KBS 노조와 EBS 노조측은 수신료 인상분을 EBS에 지원하자는 대안을 내놓고 있다. 현재 2500원인 수신료를 500원 가량 인상하되, 인상분을 EBS에 지원하자는 것이다. 그러나 수신료 인상은 워낙 국민적인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어서 많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계 전문가들은 공영방송인 EBS가 진정한 교육 매체로 자립하기 위해선 획기적인 재원 확보 방안마련이 시급하다는데 대체적으로 공감하고 있다. 그러나 수신료라는 한정된 재원을 놓고 KBS와 EBS가 「제로 섬」 게임을 벌이는 상황이어서 대안을 끌어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
자칫하다간 공영방송을 자부하는 KBS와 EBS간에 감정 싸움만 격화돼 불신의 골만 깊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방송계 일각에서 흘러 나오고 있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