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B 핵심소재인 동박 수급파동 조짐으로 PCB업계 주름살 깊어질 듯

인쇄회로기판(PCB) 관련 원·부자재 가격인상에 세트업체의 납품단가 인하 압력으로 이중고를 겪고 있는 국내 PCB업계에 핵심소재인 동박 수급 불안 조짐까지 겹쳐 PCB업계의 주름살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발생한 대만 지진으로 수급 불균형 조짐을 보이던 국제 동박 수급 사정은 올들어 더욱 악화, 수급 파동으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위기감이 국내 PCB업계에 퍼지고 있다.

특히 페놀계 PCB의 핵심소재인 접착체부착동박(ACF)의 경우 사정은 더욱 나빠 이미 수요과 공급 사이에 심각한 불균형 상태가 발생하고 있는 것.

국내 최대 원판업체인 (주)두산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말까지는 그런대로 ACF를 공급받아 원판을 생산할 수 있었으나 올들어서는 동박업체가 공급하는 ACF의 절대량이 부족, 생산계획 자체를 수립할 수 없을 정도』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ACF가 품귀현상을 빚는 까닭은 전세계 ACF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던 일본 주요 ACF업체들이 채산성 악화를 들어 생산물량을 축소하거나 아예 생산을 포기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국내 ACF 공급업체인 태양금속이 사실상 ACF사업을 중단함에 따라 국내 ACF 수급 불균형 상태는 더욱 심화되고 있다.

현재 국내에서 필요한 ACF 수요는 매월 260만㎡ 정도에 달하고 있으나 일진소재사업이 공급할 수 있는 여력은 150만㎡에 불과하다는 것. 따라서 매달 100만㎡ 정도의 ACF를 수입해야 하는데 일본 등 주요 외국업체들이 이의 생산량을 크게 줄여 수급 불균형이 일어나고 있다.

ACF의 공급이 원활하지 못한 가운데 가격마저 인상될 조짐을 보여 원판·PCB업체를 더욱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일진소재산업의 한 관계자는 『동박의 핵심소재인 동의 국제시세 잣대로 활용되는 런던금속거래소(LME)의 동 시세는 지난해 중순께 톤당 1350달러에서 최근에는 톤당 1850달러로 약 38% 정도 인상된데다 전기료까지 8% 정도 올라 동박가격 인상은 불가피하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업체들이 최근들어 동박가격을 10∼15% 정도 올린 것으로 파악돼 형평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소폭인상은 어쩔 수 없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LME 동 가격은 앞으로 톤당 2200달러까지 치솟을 것으로 예상돼 현재 다소 여유가 있는 무접착동박(UCF)의 가격도 조만간 인상할 수밖에 없다』면서 동박 수급 불안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한 중소 PCB업체 사장은 『동박을 비롯한 핵심소재 가격이 오르고 수급마저 불안해지면 중소 PCB업체의 경우 조업차질은 물론 채산성 악화에 시달릴 것』이라고 우려하면서 『그러나 뾰족한 대안이 없는 것이 더욱 안타까운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