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램 가격이 언제까지 곤두박질할 것인가.」
반도체업계의 관심은 온통 D램 가격의 반등 시점에 집중되고 있다. 업계는 수급상황을 고려해 다음달 중순께면 바닥을 친 후 다시 오름세를 탈 것이라며 보고 있으나 긴장을 늦추지 않고 있다. 애초 예상과 달리 가격하락 속도가 빠르기 때문이다.
◇추락하는 가격
국제 현물시장에서 주력 64M D램인 「8MX8 PC-100」의 가격은 한달남짓 사이에 거의 반값이 됐다.
지난달 8달러대였던 가격은 이달 5달러 밑으로 폭락했다. 하락세도 가속도가 붙었다. 8달러 밑으로 떨어지는 데 거의 한달이 걸렸으나 7달러대가 무너지는 데는 열흘, 6달러 붕괴에는 고작 일주일밖에 걸리지 않았다. 이대로 가면 지난해 6월 말 4달러의 최저치 기록을 깰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많이 떨어져야 5달러대일 것이라던 업계의 예상은 벌써 빗나갔다.
◇왜 떨어지나
D램 가격의 하락은 일부 D램업체들의 투매 때문이다. 이들 업체는 유럽업체들로 지난해 말 시작한 인텔 CPU의 구득난으로 PC 제조업체로부터 수요가 급감하자 재고가 누적돼왔다. 재고부담이 가중되자 시장에 내놓기 시작했으며 곧바로 가격하락으로 이어졌다. 가격하락 속도가 빠른 것도 이 때문이다.
여기에 지난해 대만 지진으로 비정상적으로 뛰었던 가격이 공급량 확대로 정상화하는 과정으로 풀이하는 전문가도 있다.
◇언제 오를까
업계 전문가들은 당분간 가격하락세가 이어지나 하락세는 둔화돼 4달러 밑으로 하락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본다. 최근 CPU 수급난이 완화돼 PC 생산도 원활해졌으며 Y2K문제로 미뤄졌던 기업의 컴퓨터 투자가 되살아나 PC 수요도 늘어날 것이기 때문이다. 수요증가를 불러올 「윈도 2000」의 출시도 일단 호재다. 따라서 업계는 다음달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으로 예측했다. 그렇지만 상승폭은 지난해처럼 20달러까지 치솟는 가파른 상승세는 없을 것으로 본다. Y2K 대기수요가 그다지 크지 않으며 일부 PC업체가 재고부담을 줄이려고 생산 확대시점을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64M D램을 기준으로 2분기들어 5∼6달러로 소폭 상승했다가 성수기에 10달러 안팎을 형성할 것이라는 점이 업계 전문가들의 모범답안이다.
업계 한켠에서는 최대 D램시장인 미국의 수급상황이 맞지 않아 D램 가격의 하락세가 장기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으나 아직은 소수 의견일 뿐이다.
◇국내 D램업체에 미칠 영향은
삼성전자와 현대전자 등 국내업체들은 현물시장의 가격하락에 전혀 개의치 않는다. 고정거래선에 공급하는 가격이 현물시장 가격과 상관없이 8달러대를 유지하고 있으며 재고부담도 크지 않기 때문이다. 아직 거래선으로부터 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도 없다.
그렇지만 하락세가 장기화할 경우 공급가 인하는 불가피해질 전망이며 수익구조에도 영향을 받게 된다.
이에 대해 업계 한쪽에서는 올 하반기를 기점으로 주력제품을 64M D램에서 128M D램으로 전환하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는 시각도 나오고 있다. 그렇지만 삼성과 현대는 그 시점을 될 수 있으면 늦추려는 입장이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