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소재산업 키우자>1회-시장이 바뀌고 있다

우리나라가 반도체와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의 분야에서 세계 1∼2위 생산국으로 떠오르면서 이에 소요되는 소재산업도 덩달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이에 필요한 소재산업은 주로 외국업체에 의존하고 있는 것이 우리 현실이다. 반도체의 경우 수출품목 1위이면서 동시에 수입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우리의 해묵은 과제인 일본과의 무역역조가 해소되지 않는 것도 국내 정보통신소재산업이 뒷받침해주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정보통신소재산업을 육성하는 것이 우리의 시급한 과제로 떠오른 가운데 최근 LG화학·새한·SKC·제일모직 등 화학·섬유업체들이 정보통신소재사업 육성계획을 경쟁적으로 터뜨리고 있다.

화학·섬유업체들의 잇따른 육성계획 발표와 함께 앞으로 본격화할 것으로 기대되는 정보통신소재산업의 현황과 과제를 10회에 걸쳐 긴급 점검한다. 편집자주

프롤로그

지난해 일본의 경제평론가 오마에 겐이치는 일본의 국제정보지 「사피오」에 기고한 논평에서 한국 산업은 일본에서 중간재나 소재를 들여와 단순가공한 다음 해외에 되파는 구조라는 주장을 펴 국내에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이른바 「한국 백년 하도급국가론」은 국내산업의 특성을 외면한 채 단편적인 현상을 통한 것이라는 비판을 받았지만, 그의 지적은 국내 소재산업의 현모습을 발가벗긴 것도 사실이다.

산업자원부의 최근 자료에서도 우리의 주력수출품목으로 떠오른 TFT LCD의 국산화율은 29.8%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반도체소재 수입액이 지난해 160억달러에 달해 단일품목으로는 원유를 제치고 수입 1위를 기록하는 오명을 남기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서 최근 화학·섬유업체들의 정보통신소재산업 육성계획은 취약한 소재산업분야의 경쟁력과 함께 국가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이들이 집중적으로 육성할 것이라고 밝히는 디스플레이소재·2차전지·반도체신소재 등은 앞으로 높은 성장성이 기대되는 고부가가치 분야다.

◇높은 성장성

화학·섬유업체들이 잇따라 전자소재 육성을 계획하는 것은 범용화학 제품에서 고부가가치의 정보전자소재 분야로 산업트렌드가 급속한 변화의 조류를 타고 있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으로 정보전자소재 시장규모는 지난해 9조원 규모로 추정되며 앞으로도 매년 15% 이상의 고성장을 거듭할 것으로 예상돼 시장성이 매우 높은 편이다.

전자소재산업 중 앞으로 가장 성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되는 것은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 분야. 화학·섬유업체들의 육성책이 이 분야에 집중되는 것도 바로 디스플레이와 2차전지의 성장잠재력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분석자료에 따르면 올해 전세계 디스플레이 시장규모는 215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2차전지의 전세계시장 규모도 95년 13억달러였으나 올해에는 7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고부가가치산업

전자소재 분야는 화학·섬유업체 사이의 과다경쟁으로 수익률이 그리 높지 않은 일반유화 및 종합화학에 비해 고부가가치 상품이라는 점도 매력적이다.

사실 다우케미컬·듀폰·스미토모 등 미국·일본의 화학·섬유업체들도 대규모 자금을 투자하는 데 비해 마진율이 그리 높지 않은 범용화학산업에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미 90년대 초부터 전환하는 추세다.

이는 범용 석유화학제품의 마진율은 보통 10%에 불과한 데 반해 대규모 설비를 구축해야 하는 등 투자리스크가 뒤따르고 최근들어서는 대표적인 굴뚝산업으로 환경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받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보소재 분야는 500억∼1000억대의 설비투자로 신규사업을 확보할 수 있고 마진율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제일모직의 한 관계자는 『일반 범용화학제품에 비해 전자소재제품은 평균적으로 20%정도 부가가치가 높은 편』이라고 말한다.

이에 따라 업체들도 정보전자소재 분야의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해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긴박감에서 이 분야의 매출액 비중 확대에 나서고 있다. LG화학은 전자소재 분야의 사업비중을 2005년까지 현재 3%에서 14%로 확대할 계획이며 SKC도 2003년까지 이 분야의 매출액 비중을 28%로 확대할 방침이다. 제일모직 역시 2005년에 이 분야의 매출액을 1조원대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하지만 이들이 높은 성장세만을 보고 이 시장에 뛰어드는 분위기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은 편이다. 화학·섬유업체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이 시장에 뛰어들 경우 중복투자가 발생할 수 있고 특히 기초연구개발을 통한 원천기술 없이 막대한 투자만을 진행할 때에는 오히려 국가경쟁력만 약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다.

한국디스프레이연구조합의 구자풍 사무국장은 『대형 세트업체와 마찬가지로 소재 분야에서도 원천특허 확보가 미미한 실정으로 새로운 기술개발을 통한 원천특허 확보가 선행돼야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정혁준기자 jun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