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크로소프트(MS)가 윈도2000 출시를 계기로 앞으로 모든 윈도 소프트웨어에 대한 정품인증(COA) 방법을 새로 바꿔 시행하기로 해 중소 PC제조 및 유통업계가 당혹감을 감추치 못하고 있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MS는 다음달 7일 윈도2000 공식 출시를 앞두고 최근 국내 PC제조 업체들을 대상으로 윈도 프로그램을 설치한 PC에 대해 PC 본체에 정품임을 증명하는 정품인증 라벨을 부착하도록 하는 정품인증 라벨 부착 캠페인을 벌이기 시작했다.
이 라벨은 MS가 위조 방지를 위해 도입한 홀로그램과 제품고유번호 등이 기록돼 있는데 윈도OEM 패키지와 함께 제공되는 매뉴얼에 부착돼 있다.
이에 따라 앞으로 조립PC 업체를 포함한 국내 PC제조 업체들은 윈도98 2판이나 윈도2000을 설치한 데스크톱PC에 대해서는 본체 앞면이나 옆면에 이 라벨을 부착해야 하며 노트북에도 밑면에 라벨을 부착해야 한다.
이에 대해 중소 PC제조 업체와 용산 등지의 조립PC 업체들은 생산라인에서 한 공정이 추가돼 생산원가 상승을 초래할 뿐만 아니라 앞으로 이 라벨만 부착하면 정품이라는 식의 면죄부로 악용될 소지도 많다며 정품인증 라벨 캠페인에 부정적인 반응을 나타냈다.
용산의 한 조립PC 업체 사장은 『일단 라벨을 PC케이스에 부착한 뒤에는 다시 뗄 수 없어 재고나 반품 등의 경우에는 조립 업체가 피해를 입게 돼 있다』며 『미국 등지에서는 이미 라벨을 위조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이 제도의 실효성이 의문시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MS가 정품인증 캠페인을 소프트웨어 불법복제 단속을 위한 근거로 활용하지나 않을까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윈도 OEM부문을 담당하는 한국MS의 홍성찬 차장은 『이번 캠페인은 소비자들에게 정품 소프트웨어를 탑재한 제품임을 인식시켜 주고 제조업체도 오해를 받을 소지를 덜어주는 등 편의를 주기 위해 MS 본사 차원에서 전세계적으로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홍 차장은 『그동안 PC제조 업체들은 윈도98 정품입증을 위해 시리얼 번호가 기재돼 있는 매뉴얼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으나 이번 캠페인처럼 정품인증 라벨을 PC에 부착하면 매뉴얼을 관리하지 않아도 되고 소비자들도 각종 하드웨어 인스톨시에 바로 시리얼 번호를 입력해 넣을 수 있어 편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MS 측은 또한번 부착한 라벨을 떼어내 다시 부착하기 어려운 점을 감안해 공정상의 문제로 잘못 붙여진 라벨은 최대한 반품을 받아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박영하기자 yh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