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달청이 올들어 정부 및 투자기관의 주전산기 도입을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그동안 4개의 주전산기 공급업체만으로 한정해온 입찰자격을 일반업체도 입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완전 개방하자 관련업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5면
특히 이번 조달청의 주전산기 공급업체 입찰대상 자격이 일반업체로 확대돼 지금까지 국내 컴퓨터시장에서 나름대로 경쟁력을 갖춘 중대형 컴퓨터 공급업체들의 영업활동이 강화될 경우 지난 13년 동안 국산 컴퓨터 기술개발을 촉진하기 위해 추진돼온 주전산기사업이 일대 위기를 맞을 것으로 보인다.
2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조달청은 다음달 10일 올해 지방자치단체에 소요될 155대의 주전산기 입찰공고를 내면서 입찰 참가자격을 생산·제조된 물품을 공급하는 업체로 확대하고 적격심사에 의한 최저가낙찰제도를 도입키로 했다.
이에 따라 조달청은 주전산기 공급업체를 서울·인천 등 충청 이북지역과 부산·대구 등 충청 이남지역으로 분류, 각각 1개 업체를 선정해 제품을 공급토록 할 방침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LG전자·대우통신·현대정보기술 등 국산 주전산기업체들은 『조달청이 과거 주전산기 공급실적이나 유지보수 가능업체 등으로 제한했던 입찰자격을 삭제함으로써 주전산기 공급실적이 전혀 없는 유통업체와 SI업체뿐 아니라 일반 중대형 컴퓨터업체들도 입찰에 참가할 수 있게 됐다』며 『주전산기 공급실적이 없는 업체들이 제품공급업체로 선정될 경우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행정정보화사업에 중대한 차질은 물론 지금까지 모두 150여억원의 자금을 투입해 의욕적으로 추진해온 국산 주전산기 공급업체들이 이 사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다』고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들은 『올해 확정된 주전산기 수요가 총 155대, 350억원 규모지만 여기에 증설 및 백업수요까지 포함될 경우 거의 250대 수준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그동안 주전산기의 유일한 수요처였던 이 시장에 관련업체들이 대거 참가할 것』이라며 『조달청이 공고한 내용대로 입찰을 진행한다면 주전산기 생산업체들이 낙찰자로 선정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공개입찰을 통해 한 업체가 선정될 경우 주전산기업체들은 사업을 포기하거나 또는 사업을 존속시키기 위해 다시 이 업체로부터 물량을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주전산기 외의 외국계 업체 기종이 선정될 경우 지방자치단체에 이미 납품된 주전산기의 유지보수는 물론 주전산기용으로 개발된 업무용 소프트웨어의 포팅문제, 기존 시스템과의 연동 등의 문제로 지방자치단체의 행정정보화사업에 차질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조달청 관계자는 『이번에 문호를 완전 개방한 것은 그동안 주전산기4사가 나눠먹기식으로 공급해온 데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한 것으로 주전산기 외의 다른 기종이 선정되더라도 호환성만 제대로 유지된다면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며 공고안대로 입찰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조달청이 발표한 입찰공고 내용은 서울·인천·대전·경기·강원·충북·충남지역을 1분류, 부산·대구·광주·울산·전북·전남·경북·경남·제주도 등을 2분류로 구분해 각각 80대와 75대를 적격심사에 의한 최저가낙찰제로 공급업체를 선정하는 것으로 돼있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