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은 올들어 악화되고 있는 무역수지 적자가 계속되면 대외부문의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다면서 성장이나 물가를 부분적으로 희생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는 올해 거시경제정책의 최우선 순위를 물가안정에 두고 있는 정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LG경제연구원은 27일 「무역수지 흑자전선 이상 없나」라는 보고서를 통해 연초부터 환율이나 교역조건 등 무역여건이 나빠지면서 금년 무역수지 흑자폭이 정부의 목표치 120억달러에 못미칠 것으로 보인다며 이 같이 주장했다. 이어 환율·교역조건이 더 이상 크게 악화되지 않는다면 100억달러를 넘는 무역수지 흑자는 가능해 보이고 이러한 흑자폭은 우리 경제의 대외부문 건전성을 유지하는 데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그러나 환율·교역조건이 크게 악화될 경우 대외부문의 건전성이 위협받을 수 있으므로 환율조정과 재정긴축 등을 통해 성장과 물가를 부분적으로 희생시킬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는 우리 경제가 경상수지, 성장, 물가 가운데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희생시키기는 어려운 처지이기 때문에 경제상황에 따라 경제목표를 신축적으로 조정하는 차원이라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구체적으로는 무역수지가 악화되고 있는데도 외국인 투자자금 유입으로 원화가 지나치게 고평가될 경우 시장개입을 통해 억제하되 시장개입에 따라 팽창된 통화를 적절히 흡수함으로써 물가상승 압력을 부분적으로 완화시키는 방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이와 함께 다른 한편으로 내수를 부분적으로 위축시켜 무역수지와 물가를 개선시키는 방향으로 이끄는 작업이 필요하다면서 내수위축은 파장이 큰 금리인상 보다는 당분간 재정긴축을 통해 이뤄지는 게 바람직하다고 이 보고서는 지적했다.
보고서는 최근의 무역수지가 악화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으나 계절적 요인이 많이 작용하고 있어 1∼2월의 상황만으로 올해 연간 무역수지가 크게 악화될 것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고 덧붙였다.
<홍기범기자 kbho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