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365)벤처기업

최고의 버전<27>

사옥 공사 현장에서 아버지의 욕설은 집에 있는 아내의 귀에도 들어갔다. 수년간 회사의 업무를 보았기 때문인지 은퇴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녀에게는 회사에 대한 정보라인이 있는 모양이었다. 회사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나보다 먼저 알았다. 퇴근해서 들어갔는데 그녀의 표정이 또 굳어 있었다. 약간 나온 입이 더 나와 있으면 무슨 일이 있는 것이다. 어머니가 다녀간 것일까 하는 생각을 했다.

『아버님 나이가 지금 몇인데 그런 욕을 해예? 환갑이 넘으신 분이 우에 그런 입에 담지 못할 욕을 밥먹듯이 하예? 정말 창피해 우야노. 회사 부인들조차 알고 있는 것을 보면 회사 직원들이 집에 가서 화제에 올렸을 모양인데, 그게 무슨 챙피에?』

『그걸 이제 알았어? 옛날부터 아버지는 그랬는데, 우리가 이해해야지 이제 어떻게 하겠어?』

『당신은 이해심이 그렇게 많아에? 우리야 이해한다지만, 회사 직원들 챙피하지 않아에?』

『창피한 것은 당신이 아니라 나야. 그만 해둬. 노인네에게 그러지 말라고 한두번 이야기한 것도 아닌데, 습관인데 어떻게 할 수 없잖아.』

『당신은 부모 문제라면 쌍심지를 걸고 두둔하더라.』

『그럼 어떡하란 말이야. 자식이라면 욕하지 마라고 때려라도 주지만 부모인데 어떻게 하란 말이야.』

어떻게 보면 사소한 일이었지만 그런 일로 아내와 다투었다. 그 무렵에는 사업이 바빠서 거의 자정이 넘어서 집에 들어갔는데, 아내와 다투면 옷을 입고 다시 나갔다. 혼자 밖으로 나가는 것은 계속 아내와 마주하고 있으면 끝이 없이 논쟁을 하기 때문에 그것을 피하려는 것이었고, 다른 한편 나 자신도 화가 났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한 시위이기도 하였으며 그리고 편의점으로 가서 홀로 앉아 술을 마시며 스스로 위안을 찾으려는 것이었다. 아파트 입구 큰길로 나가면 자정이 넘어서도 문을 열고 있는 편의점이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나같은 사람을 위해 마련해 놓았음직한 조그만 코너가 있어 그곳에 앉아 맥주를 마셨다. 그 코너 한쪽에는 TV수상기가 있어 맥주를 마시면서 심야 뉴스를 보기도 한다. 그 때쯤이면 큰길 한쪽으로 젊은 여자들이 택시를 잡는 모습이 보인다. 밤업소에서 일하던 여자가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었다. 밤 유흥업소에 출입하는 여자들은 하나같이 탤런트 같았다. 나는 홀로 맥주 잔을 비우면서 탤런트 같은 젊은 여자들이 택시를 타는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