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디스플레이·이동전화 등의 세계시장에서 국내업체들의 점유율이 커지는 것에 비례해 관련 소재·부품분야도 성장하고 있다. 그러나 그동안 우리는 몸통을 키우는 데만 눈을 돌렸을 뿐 정작 근본이 되는 피와 뼈를 소홀히 해왔다. 따라서 관련 소재·부품분야에서 우리의 기술은 선진국에 비해 크게 뒤떨어졌을 뿐만 아니라 대부분을 선진업체들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디스플레이 소재=시장조사업체 디스플레이서치는 올해 전세계 디스플레이 시장규모를 215억달러로 전망하고 이중 LCD 분야의 시장규모는 166억달러,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 시장규모는 26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이 시장은 앞으로도 연간 17%씩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전체 LCD 완제품시장에서 소재분야가 차지하는 비중을 70%내외로 추산하고 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소재 분야의 국산화는 1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이제 국내업체들은 이 분야로 눈을 돌리고 있다. LG화학이 앞으로 LCD용 컬러필터 포토레지스트, 광폭편광판 등의 분야에 진출해 양산체제를 구축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새한이 LCD용 편광 필름, 제일모직이 LCD 배향막용 폴리이미드, SKC가 LCD기판과 프리즘시트 등의 생산을 올해부터 본격화할 예정이다.
플라즈마디스플레이패널(PDP)용 필터의 경우, 2005년께 국내시장 규모만 연간 1800억원대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지만 현재 국내에서 이를 생산하는 업체는 전무한 실정이다. 현재 이 시장은 일본의 스미토모·아사히글라스 등이 독점한 상태.
또한 LCD의 뒤를 잇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인 유기EL쪽의 소재 개발은 국내에서 실험실단계 수준에서 진행되는 데 반해 HP·제록스·도시바·스미토모 등은 이미 양산제품을 개발한 단계에 이르고 있다.
특히 앞으로 본격적인 시장세를 탈 것으로 예상되는 대면적 TFT LCD와 저소비전력 TFT LCD 소재 분야에서도 외산제품에 의존해야 하는 실정이다.
한국디스플레이학회의 박이순 이사는 『국내 디스플레이소재 분야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소재업체와 모듈업체와의 연계 개발을 통해 차세대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고정세화 공정을 지원하는 재료기술 확보가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2차전지=차세대 전지에는 니켈수소전지·리튬이온전지(LIB)·리튬폴리머전지(LPB) 등이 있다. 2차전지의 세계시장은 95년 13억달러였으나 이동전화·노트북컴퓨터·PDA 등 모빌 이동기기의 확산으로 올해에는 시장규모가 79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국내의 경우는 95년 287억원 규모에서 올해에는 5000억원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기대된다.
하지만 이 분야에서는 원자재와 부자재 수급의 어려움과 특히 생산기술의 부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윤경석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책임연구위원은 『국내 2차전지 분야는 양산단계에서 품질 안정성과 신뢰성 확보를 위한 성능향상 기술, 성능평가기술 등이 미흡한 실정』이라며 『일본·미국 등 선진업체들은 이미 2차전지로 개발완료 및 상용화 단계이나 국내에서는 기초기반기술과 제품 양산기술면에서 이들에 비해 5∼7년 이상 격차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고 말한다.
체계적인 기술개발 추진능력 부족으로 전지기술개발 지연과 연구기관 상호간의 기술정보 교류의 어려움도 개선해야 할 문제로 손꼽히고 있다.
◇반도체소재=한국반도체산업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반도체소재 시장규모는 20억6371억달러로 이 가운데 국내업체들의 총매출은 12억1182억달러에 그쳐 이 분야의 국산화율은 50%를 약간 상회하는 수준이다.
이 중 웨이퍼·포토레지스트·특수가스·볼그리드어레이(BGA)·다이증착재료 등은 미국과 일본 기업이 40∼50%에 이르는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어 이 분야의 국산화율은 여전히 미흡한 실정이다.
이 분야는 일본업체들의 시장점유율이 높은데다 최근 정보전자소재 육성을 밝히고 있는 화학·섬유업체들도 반도체소재 분야쪽으로 적극적인 육성책을 밝히지 않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보소재 육성을 밝힌 대기업들이 제일모직을 제외하고는 계열기업내 반도체업체가 없어 반도체소재 분야에서 별로 관심을 두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혁준기자 jun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