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미공단의 경기는 되살아났으나 이곳 사람들의 체감경기는 꽃샘추위만큼 춥기만 하다.
『시내 백화점이나 상가에 가보면 경기가 살아난 것 같은데 친구들을 만나보면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씀씀이는 전혀 커지지 않았거든요』 모 전자업체에 다니는 박모씨(27)는 『IMF가 공단 사람들에게 절약을 몸에 배게 만든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공단 상인들도 『IMF는 아직 현재진행형』이라고 입을 모은다. 구미역 앞 한 식당 주인은 『네 사람이 들어와도 3인분만 시키는 일이 많아졌다. 손님은 조금씩 늘어나고 있으나 매출은 크게 늘어나지 않았다』고 말했다.
공단 사람들의 체감경기가 이처럼 낮은 것은 기업의 매출증가만큼 직원들의 월급봉투가 커지지는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단 입주기업들 대부분은 임금을 동결했거나 줄였으며 아직 환원하지 않았다. 다만 가동률이 높아지면서 생산직 근로자들이 받는 수당은 커지는 추세다.
올해에는 사정이 다소 나아질 전망이다. 일부 대기업들이 올해 임금을 인상할 계획이며 연쇄반응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는 지난해 실적이 좋아 직원들의 기대수준이 높은데다 인력난 시대로 접어들면서 인력을 붙잡아둘 필요가 생겼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임금인상 움직임은 일부 「잘 나가는」 대기업에서만 해당된다.
공단에서는 B사·D사·S사 등 일부 대기업들은 올해에도 사업구조조정의 일환으로 대량해고를 검토중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B사와 D사의 경우 일부 직원들이 노조결성을 시도하자 경영자들이 이를 강제로 무마시켜 갈등을 빚기도 했다.
구미공단의 올봄 춘투가 예사롭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