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첨단 기술로 무장했다 해도 벤처기업도 결국은 중소기업입니다.』 국내 중소기업계를 대표하는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의 박상희 회장(49)은 요즘 「벤처수업」에 매우 의욕적이다. 벤처가 재계의 최대 화두로 부상한 데다 270만 중소기업의 대표로서 심각한 수준으로 치닫고 있는 벤처기업과 중소기업간 괴리를 그냥 방치할 수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박 회장은 이에 따라 벤처기업특별위원회 등 벤처관련 별도기구 신설과 창투사 설립 등을 추진하는 등 「벤처따라잡기」에 여념이 없다. 중소·벤처기업계 대표로 거듭나기 위해 바쁜 일과를 보내고 있는 박 회장을 만났다. 편집자
-벤처가 재계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경제단체들이 저마다 「벤처끌어안기」에 나서고 있습니다. 중소기업계 대표단체인 기협중앙회도 최근 다양한 벤처지원 프로그램을 준비중인데요, 중앙회의 향후 벤처지원 정책방향은 무엇입니까.
▲벤처기업도 분명히 중소기업의 일부입니다. 벤처라 해서 제조업 기반 없이는 안정적인 성장을 보장받을 수 없습니다. 따라서 중앙회는 기본적으로 벤처기업과 기존 중소기업과의 효율적인 협조체제 구축에 목표를 두고 벤처기업의 성장기반 조성과 중소기업 육성시책이 조화를 이루는 데 주력할 것입니다. 중소·벤처기업과 정보화로의 급격한 산업구조 변화에 부응하기 위해선 기존 중소제조업과 정보통신·생명공학·인터넷 등 신산업 분야에서 창업한 벤처기업과의 연계 발전이 필수적이라 생각합니다.
-벤처지원정책의 일환으로 기협중앙회내에 별도의 「벤처기업특별위원회」 설치를 추진중인 것으로 압니다. 위원회의 성격과 운용 계획을 밝혀주시죠.
▲벤처기업의 현장에서 발생하는 애로를 수렴, 관련 정책개발에 대한 자문을 얻음으로써 벤처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자는 것이 벤처특위의 설립 목적입니다. 이를 위해 인터넷·무선통신·생명과학·SW·반도체 등 첨단분야의 벤처기업 대표, 대학교수, 유관 기관 관계자, 언론인 등 30여명의 전문가들을 위원으로 추대할 계획입니다. 위원회는 향후 벤처기업관련 정책개발은 물론 IMT2000 전자상거래 등 신산업분야에 대한 진출 모색, 외국의 벤처기업관련 제도 연구, 벤처기업 실태조사 등 다양한 기능을 수행할 것입니다.
-벤처특위는 벤처기업협회 등 기존 관련 기관과 기능면에서 중첩될 수밖에 없을 텐데요. 관련 단체와 협력체제 구축을 위한 묘안이 있습니까.
▲벤처기업의 애로 파악 및 건의, 정책개발 등의 업무는 유사하다고 할 수 있지만 벤처기업협회는 기존 중소기업과 연계발전하는데 필요한 업무는 상대적으로 미흡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벤처특위와 협조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앞으로 벤처특위 운영과정에서 필요할 때마다 벤처기업협회 회원업체 또는 벤처관련 기관 전문가들과의 자문을 구할 계획입니다. 특히 중소기업정책이 벤처기업, 여성기업, 소기업, 소상공인 등을 포괄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 기업들이 그 나름대로의 특성을 가진 단체를 구성, 장기적으로는 이러한 단체를 포괄할 필요성이 있다고 봅니다.
-기협중앙회가 벤처지원을 강화하고 본격적인 벤처투자사업을 위해 창투사 설립을 추진중인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공공기관인 중앙회가 설립하는 창투사는 명분과 성격이 기존 민간 창투사와는 무언가 달라야 할텐데요.
▲중앙회가 창투사를 설립하는 목적은 수익률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민간 창투사와는 달리 유망 중소기업과 벤처기업을 발굴해 지원함으로써 중소기업의 저변을 확대하고 산업의 균형 있는 성장과 발전을 함께 도모하려는 데 의의가 있습니다. 투자기업에 대한 단순한 투자만이 아니라 지속적인 경영과 기술지도, 정보제공 등을 통해 벤처기업이 안정적 발전을 할 수 있도록 가능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계획입니다.
-중앙회가 지난해 인터넷사업에 본격 진출하는 등 수익사업에 관심이 많은데요. 정부의 단체수의계약제도의 단계적 축소방침에 따라 자생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수익사업은 필요할 것입니다. 향후 홀로서기를 위한 수익사업 전략은 무엇입니까.
▲단체수의계약은 중소기업의 판매난 해소에 많은 도움이 되고 있으나 시장경쟁 정책에 의해 매년 20%씩 품목이 축소될 것입니다. 이에 따라 제도운영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운영상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정부 등 공공기관의 일반경쟁입찰에 협동조합이 참여할 수 있도록 법률개정 등 이 제도의 건전한 정착을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재정자립을 위해 △중소기업 전용 인터넷쇼핑몰 △벤처캐피털회사의 설립 △중소기업 제조물책임법(PL)공제사업 △고용·산재보험사무조합 운영 등 다양한 수익사업을 전개할 예정입니다.
-중앙회는 국내외에 방대한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이를 활용하면 중소·벤처기업들에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텐데요.
▲해외 네트워크는 양국 중소기업간 교류와 통상협력 증진, 해외의 다양한 채널 확보를 통한 정보공유, 해외 프로젝트를 위한 협력 파트너 주선 등 중소기업의 경제적 이익 극대화와 서비스 확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미국·중국·캄보디아에 이어 미주·아프리카·대양주 등에 해외사무소를 단계적으로 설치해 중소·벤처기업의 해외진출과 국내투자 유치 등 협력사업을 추진해 나갈 것입니다. 또 해외 한인상공인단체와 협력해 중소기업 제품의 판매와 중소기업의 수출역량 제고를 추진해 나갈 것이며 교포기업인을 대상으로 국내 벤처기업 투자 로드쇼도 추진중입니다.
-PCS에 이어 IMT2000사업자 선정에도 중소기업컨소시엄을 구성, 참여하는 방안을 확정했는데요. IMT2000 컨소시엄 참여의 대의명분은 무엇이고 사업권 획득을 위한 기본 전략은 무엇입니까.
▲중소기업계의 기간통신사업자 참여는 국민의 정부가 주창하는 중소기업 육성을 위한 정책기조를 실현할 수 있는 최선의 대안이라 확신합니다. 그동안 중요 이권사업은 재벌기업에만 줌으로써 재벌중심의 경제력 집중을 심화시켰습니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점을 해결하고 정보통신시대에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신산업대열에 중소기업들의 광범위한 참여가 필요합니다. 이에 따라 중앙회는 다수의 중소기업이 참여하는 국민주로서 중소기업컨소시엄을 구성, IMT2000사업에 참여하고 전략적 제휴도 적극 모색할 계획입니다.
-최근들어 기협중앙회가 중소기업의 정보화에도 높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중소기업의 경쟁력강화를 위해 정보화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중소기업 정보화를 위한 주요 시책은 무엇입니까.
▲중앙회는 21세기 지식정보화시대에 적응하기 위한 환경을 조성하고 중소기업의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중소기업과 협동조합 임직원에 대한 정보화 마인드 확산에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특히 오는 4월 중소기업 전용의 대규모 전자상거래 쇼핑몰인 「드림피아(www.dreampia.co.kr)」가 정식 서비스를 시작하고 중소기업체를 무료 입점시켜 중소기업의 제품 홍보와 판매에 획기적 전기가 마련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또 중소기업의 인터넷 이용환경 지원을 위해 1만여 기업에 홈페이지 구축과 PC무료지원 등을 계획하고 있습니다. 이 외에 중소기업정책자금DB를 구축, 인터넷을 통해 정보를 제공하고 인터넷 무역알선시스템의 적극 활용 등 중소기업의 경영 및 판로확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노력할 것입니다.
-최근들어 대기업과 중소·벤처기업간의 협력 무드가 재개되고 있기는 하나 아직은 거리가 좀 있는 것 같습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협력관계 구축에 대한 소신과 대안을 좀 밝혀주십시오.
▲정부가 IMF 경제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업, 금융 등 4대부문의 구조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중앙회는 재벌을 비롯한 대기업의 개혁을 강력히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함에 따라 전경련과 소원한 관계를 유지해 온 게 사실입니다. 그러나 그동안 재벌 구조개혁에 있어서 상당부문 진전이 있었고 더욱이 21세기 지식기반 경제시대에 국가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우리 경제의 양대축인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공정한 경쟁의 룰 속에서 경쟁하고 협력하는 새로운 체제가 구축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올 가을에 세계중소기업인의 올림픽인 ISBC(세계중소기업자대회) 총회가 기협중앙회 주최로 서울에서 열릴 예정입니다. ISBC 총회는 어떤 행사이며 어떤 의미가 있습니까.
▲ISBC대회는 세계각국의 중소기업 정책담당자, 중소기업 지원기관 관계자, 학계, 금융기관 관계자, 중소기업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가간의 중소기업 지원정책과 지원기관의 시책 등 중소기업계가 당면한 현안문제 등을 논의하는 중소기업관련 최대 국제회의입니다. 오는 10월 29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27차 대회에는 60여개국 1000여명 이상이 참석할 예정입니다. 이번 총회는 2000년을 세계속의 한국이라는 국제적 인식제고와 한국의 발전상, 중소기업의 현주소를 소개함으로써 수출증대와 투자유치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아울러 우리나라가 IMF 경제위기 체제를 극복한 경제상황을 대내외에 알리는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입니다.
-중기청, 중소기업특별위원회, 중진공, 기협중앙회 등 중소기업관련 기관간의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여론이 높습니다. 이에 대한 평소 소신은.
▲중기청, 중기특위 등 중소기업관련 기관은 중소기업지원정책과 집행에 필요한 기능과 역할을 갖고 있어 상호간 파트너십이 요구되는 관계라 생각합니다. 현재 지원기관간에 현안과제의 사전협의, 효과적 역할분담을 통해 효율적인 중소기업 지원 체제를 구축하고 시너지 효과를 제고하기 위해 노력해 나가고 있습니다. 특히 매달 정례적으로 4개 기관의 장이 모임을 갖고 각종 중소기업 현안문제 해결방안을 논의하는 등 긴밀한 공조체제를 유지하고 있어 앞으로는 어느때보다 중소기업 현안문제를 신속히 풀어나갈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벤처붐 조성으로 일반 중소기업의 상대적 박탈감이 심각한 수준입니다. 중소기업계 대표창구인 기협중앙회 회장으로서 벤처와 중소기업의 괴리감을 줄이고 중소기업의 벤처화를 위한 대안 마련이 필요한 것 같은데요.
▲우리나라 경제는 하드웨어인 제조업이 축으로 돼 있습니다. 인터넷·벤처주식 붐으로 고용조정 효과는 있으나 수백조의 설비자금이 투자된 중화학 제조업이 약화되거나 붕괴된다면 국가자산이 뿌리째 흔들릴 수 있습니다. 벤처기업은 결국 기술집약적 중소기업입니다. 중앙회는 이에 따라 중소기업의 벤처화, 중소기업의 기술집약화를 위해 기존 중소기업과 벤처기업과의 연계발전을 유도할 계획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중소기업의 기술개발 노력 및 신산업분야로의 사업전환 촉진 등을 추구해 나갈 것입니다.
<정리=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