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실리콘밸리 포럼 결성이 추진되고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국내 벤처기업의 글로벌화를 위해 가장 시급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체계적인 네트워크 구축에 목표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의미있는 일로 평가할 만하다.
최근 국내 벤처기업들은 두루넷과 미래산업의 나스닥 상장을 계기로 「아메리칸 드림」을 추구하며 벤처의 본고장인 실리콘밸리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비록 초기단계이긴 하지만 나스닥 직상장을 성공시킨 두루넷의 경험을 거울삼아 코스닥 대신 나스닥 직상장을 추진하는 기업도 적지 않다.
굳이 나스닥상장이 목적이 아니더라도 국내 벤처기업들은 △벤처자본 유치 △전략적 제휴 △마케팅 확대 △최신 정보 습득 △첨단 기술 이전 △전문인력 확보 등 여러 가지 목적을 가지고 실리콘밸리 진출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국내 벤처기업들의 실리콘밸리 진출을 가로막는 벽은 예상보다 높다. 전문지식·인력·비용 등 모든 것이 부족한 벤처기업들로선 실리콘밸리 진출을 추진하는 것 자체가 말처럼 그리 쉽지가 않다.
벤처비즈니스의 천국이라는 실리콘밸리가 전세계 벤처기업인이 자유로이 드나드는 열려있는 곳임에는 틀림없지만 그 속에서 다양한 비즈니스를 소화하기엔 애로사항이 많다. 특히 실리콘밸리는 거미줄 같은 인적·물적 네트워크로 짜여진 지극히 폐쇄된 지역이기 때문에 접근 자체도 어려운 게 현실이다.
실리콘밸리 진출을 추진중인 국내 한 벤처기업 관계자는 『국내 벤처기업들은 일단 언어의 장벽이 높고 해외 비즈니스를 소화할 만한 전문인력이 크게 부족한 한계를 안고 있다』며 『특히 현지의 관습이나 문화차이가 예상보다 크고 누구를 만나야 하는지 콘택트 포인트를 찾는 일부터 만만한 게 하나도 없다』고 지적했다.
비용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컨설팅산업이 발달한 실리콘밸리에서는 단 몇시간 경영자문을 구하는 데만 수천달러를 호가, 영세한 국내 벤처기업들엔 부담이 크다. 또 현지에 조그마한 연락사무소나 지사를 개설하려 해도 연간 수억원의 비용이 필요하다. 교포나 현지 주재원을 활용하는 방안도 생각할 수 있지만 자칫하면 악성 브로커에 걸려들어 시간과 비용만 허공에 날릴 위험도 있다.
이같은 현실에 비춰 현지 경험이 풍부하고 실리콘밸리에 개인적인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외국계 IT업체 대표들과 IT분야의 오피니언리더그룹이 서울과 실리콘밸리를 잇는 한민족 네트워크 구축을 추진하는 것은 현지 한국계 벤처기업은 물론 실리콘밸리 진출의 꿈을 꾸고 있는 국내 벤처기업들에도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물론 현재 실리콘밸리나 실리콘앨리, 시애틀 등 미국의 벤처기업 밀집지역에는 한인 벤처기업인이나 컨설턴트들을 중심으로 크고 작은 모임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이번 서울-실리콘밸리 한민족 네트워크는 시작부터 일단 현지 벤처전문가들이 대거 참여할 예정인데다 추진방향이 미국의 네트워크를 서울과 연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실제로 미국과 함께 세계 벤처비즈니스를 선도하고 있는 이스라엘의 벤처산업이 성공적으로 정착한 비결은 끈끈한 범유태계 네트워크 구축과 성공적인 실리콘밸리 진출 전략에서 그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이스라엘은 전세계 벤처기업가들의 꿈의 무대인 나스닥에 미국 다음으로 많은 업체를 올려놓는 성과를 거두었다. 비단 이스라엘뿐만 아니라 인도·싱가포르·중국·대만 등 실리콘밸리에 진출한 다른 국가들도 강력한 협력체제를 구축해 놓은 상태다.
한민족 네트워크 구축을 주도하고 있는 오해석 교수는 『속도가 경쟁을 좌우하는 벤처비즈니스의 속성상 네트워크의 효율적 이용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번 서울과 실리콘밸리를 연결하는 한민족 네트워크 구축 작업은 본격적인 도약기를 맞고 있는 우리 벤처산업의 질적인 성장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기대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