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유명 이동전화기업체들이 사용하는 국산 이동전화기 핵심부품이 국내 이동전화기업체들로부터 오히려 외면받고 있다.
특히 경쟁그룹 계열사가 생산하는 일부 핵심부품의 경우 공급이 달리고 있음에도 불구, 경쟁관계를 의식해 사용을 기피하는 기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국산부품 외면현상은 국내 이동전화기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삼성전자와 LG정보통신 사이에 심화되고 있어 국내 전자부품산업의 국제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받고 있다.
일례로 삼성전기가 개발해 전세계시장의 10%대를 점유하고 있는 고주파 SAW필터의 경우 노키아와 모토로라 등 외국 유명 이동전화기업체들이 사용하고 있으나 LG정보통신은 거의 채택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LG정밀이 국내 전자부품업체로는 유일하게 개발, 모토로라 등 외국 굴지의 이동전화기업체에 수출하는 고주파전력증폭기(일명 PA모듈)의 경우도 삼성전자 이동전화기에는 장착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처럼 해외에서 주문이 쇄도, 미처 공급할 수 없을 정도로 호평받는 이동전화기용 핵심부품 중 정작 국내에서 외면당하는 제품은 칩인덕터와 VCO, TCXO, IF형 SAW 필터, 듀플렉서 등 10여종이 넘는다.
삼성전기의 한 관계자는 『이들 이동전화기용 핵심부품들은 대부분 세계시장 점유율이 5∼10%에 달할 정도로 국제 경쟁력을 지니고 있고 내수기반만 받쳐 준다면 오는 20005년안에 세계 최대 공급업체로 부상할 수 있다』고 밝혔다.
LG정밀의 이동전화기용 부품 영업당당 관계자는 『고주파전력증폭기의 경우 세계시장을 놓고 미국 커넥선트, 일본 히타치 등과 치열한 경합을 벌여 세계시장 점유율 4%대를 유지할 정도로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 대형 이동전화기업체들로부터는 서자취급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국내에서 유일하게 생산하는 IF형 SAW필터도 소텍·SGS톰슨·지멘스 등 외국업체의 제품과 비교해볼 때 가격과 품질, 납기면에서 월등한 경쟁력을 지니고 있음에도 불구, 국내시장에서는 외면당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국산 이동전화기용 핵심부품이 따돌림당하는 까닭은 그룹 경쟁관계를 의식, 경쟁계열사 부품을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는 구태의연한 구시대 관행이 아직도 잔존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희영기자 hy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