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캐피털업계 투자업종 다변화 추진

그동안 인터넷과 정보통신 부문에 투자를 집중해 왔던 국내 벤처캐피털업계가 최근들어 투자업종을 다변화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5일 벤처기업 및 벤처캐피털업계에 따르면 국내 벤처캐피털이 인터넷과 정보통신 등 일부 업종에 집중되면서 갈수록 투자대상업체 발굴이 어려워지고 있는 데다 업체간 경쟁심화로 인한 향후 투자수익률 저하가 우려됨에 따라 투자분야를 환경, 생명공학, 기계·금속, 화학 등으로 다변화하고 있다.

이 같은 현상은 코스닥시장에서 인터넷과 정보통신업종이 소위 「대박」을 터뜨리면서 국내는 물론 외국 벤처캐피털까지 대거 진입, 과열경쟁에 따른 고액 투자가 일반화하고 있는 데다 지난 1년간의 벤처투자가 이들 소수 업종에 집중, 유망 벤처기업을 찾기가 그만큼 힘들어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국내 최대의 벤처캐피털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한국종합기술금융(KTB 대표 권성문)과 한국기술투자(KTIC 대표 서갑수)는 최근 정보통신·인터넷 등 그간 주력해 온 투자분야 외에 생명공학, 화학, 기계·부품, 서비스업체 등 전방위로 투자영역을 늘리며 투자포트폴리오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지난해 대형 포털사이트운영업체인 다음커뮤니케이션과 공동으로 인터넷 전용펀드를 결성하며 인터넷과 정보통신 분야에 투자를 집중해 온 현대기술투자(대표 이영일)는 최근 30억원 규모의 생명과학 전용 펀드를 결성하며 투자영역 다변화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연세대와 공동으로 「인터넷서클스」란 인터넷 벤처기업 창업보육센터까지 설립하며 인터넷과 정보통신 투자에 주력해 온 이캐피탈(대표 홍종국)도 투자 리스크 분산과 포트폴리오 확대를 위해 화학, 생명공학, 의료분야 등의 벤처투자에도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이 밖에 테크노캐피탈(대표 심항섭)은 정보통신, 인터넷 외에 일반 전자부품, 기계·금속, 화학 등의 투자에 적극적이며 한국IT벤처·스틱IT벤처·KVC넷 등 정보통신 및 인터넷 전문 창투사를 제외한 주요 벤처캐피털회사들이 인터넷·정보통신 위주의 투자패턴에서 벗어나 새로운 아이템에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벤처캐피털업계 관계자들은 『현재 중기청으로부터 지정된 국내 5000여 벤처기업 중에도 정보통신과 인터넷업체의 비중은 생각만큼 그리 많지 않은 게 사실』이라며 『다만 인터넷과 정보통신이 코스닥시장에서 다른 업종보다 높게 평가받고 투자회수가 빠른 장점이 있지만 투자경쟁이 심해지면서 장점이 점차 약해져 새로운 분야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중배기자 jb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