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2000>8회-광주공단...변화에 몸부림치고 있는 광주 하남공단

이달 3월 열리는 광주비엔날레를 준비하느라 분주한 광주시내와는 달리 광주의 대표적인 공단지역인 하남공단은 활기가 없어 보인다.

광주에서 15년동안 택시를 운전했다는 김성덕씨(52)는 『광주지역의 경기는 아직 IMF를 벗어났다고 말할 수 없다』며 『광주시민들은 대우전자의 워크아웃으로 오히려 제2의 IMF를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공단 입주 기업들의 정문에 가 보면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다른 공단과 달리 채용공고를 거의 볼 수 없다.

이승용 하남산업단지관리공단 과장(41)은 『현재 95개 업체에서 281명 정도를 채용할 계획이나 이 곳 입주기업은 대부분 50인 이하 사업장이어서 채용인력이 그다지 많지 않은 편』이라고 말했다.

공단 입주업체는 총 710여개로 현재 가동중인 업체는 600여개. 가동률은 84%정도다. IMF 직후의 가동률 68%에 비해 높아졌으나 IMF 이전의 90%과 비교하면 아직까지 IMF 여파를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다.

하남공단은 지난 82년 지방공업장려지구지정으로 마련된 광주지역의 대표적인 공단으로 구로·구미 등 다른 공단에 비해 역사가 짧은 편이나 전자업종 위주의 공단으로 성장 잠재력이 높다.

710개 업체 중 465개 업체가 전자업종이며 1만8000여근로자 중 1만4000여명이 전자업체에 근무한다.

그런데 이 곳 전자업체들은 모터·산업기계·일반가전용 부품 등을 생산한다. 정보통신과 디지털가전 등 부가가치가 높은 전자산업과 다소 거리가 있다.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중도 낮다. 삼성광주전자·LG정밀·대우전자 정도만 꼽을 수 있다.

이들 대기업 역시 각광받는 차세대 전자업종이 아닌 일반가전에 치우쳐 있다. 삼성광주전자는 냉장고·청소기·자판기 등을 현재 생산중이고 대우전자 역시 세탁기 등 일반 백색가전을 제조하고 있다.

특히 대우전자는 최근 워크아웃으로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이 곳 하청업체들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이곳에는 또 벤처 바람까지 불어 중소기업들의 어려움을 가중시키고 있다.

광주상의의 한 관계자는 『전국적인 벤처열풍이 광주지역에도 영향을 미쳐 시중 자금이 벤처업체에만 몰린다』며 우려했다. 그는 『하남공단의 중소업체들은 IMF 당시보다 은행으로부터 자금을 융자하기가 더 어려워 업체마다 자금조달에 비상이 걸렸다』고 말했다.

갖은 어려움에도 불구, 하남공단도 변화의 몸부림을 치고 있다. 대기업들이 수익이 그리 높지 않은 기존 사업을 차세대 사업으로 전환하고 있으며 중소기업들도 광주시가 적극 추진중인 광산업에 발맞춰 사업을 확대·개편중이다.

삼성광주전자는 차세대 가전산업의 생산전초기지로 만든다는 계획아래 기존 백색가전 중심에서 고부가가치 가전분야로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이 공장은 지난해 김치냉장고시장에 처음으로 진출, 최근 선두업체를 위협하는 수준까지 올랐으며 백색가전사업도 대형 냉장고인 「지펠」 등 특화된 상품 위주로 재편하고 있다.

배길성 삼성광주전자 사장(52)은 『앞으로 인터넷냉장고 등의 사업에 본격 나서 기존 백색가전 중심에서 차세대 디지털가전 분야로 사업을 다각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는 또 『이를 통해 부품업체들의 사업다각화와 지역내 고용증가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LED공장을 신축중인 LG정밀 광주공장도 최근 밀려드는 일감으로 진땀을 흘리고 있다.

이 회사에서 13년동안 근무한 튜너팀 김영희 반장(33)은 『최근 잔업으로 거의 매일 10시에 퇴근해 파김치가 되고 있으나 IMF 당시 하청업체들의 연쇄 부도로 일하고 싶어도 못했던 때에 비하면 마음은 편하다』고 말한다. 그는 『이른 아침에 출근하고 늦은 밤에 퇴근해 아이들에게는 항상 미안하지만 내가 만든 부품들이 여러 분야에서 활용되는 것을 생각하면 보람을 느낀다』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중소기업들도 최근 광사업 진출에 적극적이다. 비디오헤드드럼과 모터부품을 생산하는 세협테크닉스는 광주과학기술원과 손잡고 광분배 제조장비사업에 뛰어들었다.

박정수 사장(33)은 『광산업은 당장 시장형성이 미흡하나 몇년 뒤 고속성장할 것』이라며 『광산업을 차세대 승부사업으로 선정해 연구·개발에 집중적인 투자를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변화에 몸부림치는 하남공단이 좀 더 활성화하려면 다양한 인프라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시급한 과제는 물류문제의 해결이다. 광주공항은 국내 전용으로 이 공항을 통한 수출은 거의 불가능하다. 공단 입주업체들은 광주공항을 국제공항으로 승격해달라고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으나 감감 무소식이다. 공단 인근의 광양항도 활성화하지 못했다.

정은수 삼성광주전자 부장은 『공장에서 생산한 냉장고·청소기 등을 수출하려면 육로로 부산항까지 옮겨야 하는데 물류비가 만만치 않다』며 『광양항을 이 지역의 물류 중심 항만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