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의료시대>2회-X선필름이 없어진다

K의대병원 인턴 또는 레지던트들은 엑스(X)선 필름을 찾아오라는 진단방사선과 A교수의 지시가 곤혹스럽다. 필름 보관실로 달려가 해당 환자의 필름을 찾는데 시간이 조금이라도 지체되거나 관리자의 정리 소홀로 필름이 분실되면 불호령이 떨어진다. 이 때문에 「보물찾기」식으로 빠른 시간내 수백만장 가운데 원하는 필름을 집어내는 수련의는 주변의 부러움을 사곤 한다.

이러한 예는 상당수 의료기관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그러나 디지털 의료시대를 맞아 고객중심의 차별화한 서비스 경쟁이 요구되기 시작하면서 의료기관들이 의료영상저장전송시스템(PACS)을 통해 무필름 병원으로 탈바꿈하려는 움직임이 확대일로에 있는 등 병원환경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PACS란 CT·MRI 등 진단장비로부터 획득한 영상(임상자료)을 저장·전송함으로써 필름을 생성하지 않고 언제라도 필요한 영상을 모니터상에서 즉시 볼 수 있게 하는 첨단시스템이다. 한마디로 의료기관이 무필름 환경을 구축하는 데 필수적이다.

현재 모든 병동을 네트워크로 묶은 풀(Full) PACS는 지난달 중순께 가동한 일산 백병원 등 3곳뿐이다. 올 상반기까지는 총 8곳의 병원이 풀 PACS 구축을 완료할 예정이다. 일부 병동을 연결한 부분 PACS 구축 병원은 25여곳 이상이다. 전체 720여개 병원급 의료기관 수에 비하면 PACS 도입비율은 적다. 하지만 삼성서울병원이 지난 97년 풀 PACS를 처음 구축한 것을 감안한다면 IMF속에서 빠른 속도로 도입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특히 지난해 11월 중순께 보건복지부가 『풀 PACS를 구축한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일정 비용의 의료보험수가를 지불한다』고 육성책을 밝혀 투자비 부담이 줄어든 상당수 의료기관들이 PACS에 대한 투자를 고려, 도입 열기가 달아오르는 추세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PACS 시장이 연간 500억원대 이상 규모로 형성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PACS는 필름에 대한 고정적인 지출을 절감시키는 것은 물론 환경오염을 방지하는 효과를 가져다 준다. 의료기관들이 지난해 한 해 동안 수입한 의료용 엑스선필름은 전년대비 14% 늘어난 3101만 달러어치(의료용구공업협동조합 자료)다. 여기에 필름봉투·현상정착액·인건비 등 부수적인 비용을 더하면 그 전체 고정비출은 3배 이상이 될 것으로 추산된다.

실례로 삼성서울병원은 PACS를 구축하기 전에 연간 60만장 이상의 필름을 소모하면서 필름값 6억7300만원과 현상정착액 5500만원을 지출했다. PACS를 설치해 운영중인 순천향대학 서울부속병원 소화기센터는 연간 6000만원 그리고 신촌세브란스병원은 연간 1억원 가량 고정비용을 절감하는 효과를 누리고 있다.

이에 못지 않게 PACS의 장점은 임상의사들이 만족한다는 것이다. 최근 삼성서울병원이 350명의 임상의사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진료에 도움이 된다」고 응답한 비율이 90%에 달해 PACS 영상이 엑스레이필름 영상보다 우수함이 입증됐다.

따라서 의료기관들은 정보기술의 발달과 보급추세에 발맞춰 PACS를 설치, 필름관리에 소요되는 절차를 자동화시켜 업무의 효율성과 생산성을 극대화하며 이를 통해 의료진의 역량을 높이고 진료대기시간 등을 줄임으로써 서비스를 개선하는데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