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표의 표정이 밝다. 뭔가 좋은 일이 있는 듯하다. 묻기도 전에 먼저 말을 꺼낸다.
『오늘 아침 좋은 소식이 왔습니다. 일본 SEL이 우리 회사를 상대로 건 특허침해 소송 2심에서 우리가 이겼다고 하네요.』
이상완 삼성전자 AMLCD사업부문 대표이사 부사장(50)에게는 좋은 일만 생길 모양이다. 올들어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시장의 호조로 제품을 만들기만 하면 동이 난다. 얼마 전 외국 시장조사기관의 발표에 따르면 2년 연속 세계시장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자신감이 넘칠만도 하건만 이 대표는 긴장의 끈을 늦추지 않는다.
1, 2위를 몽땅 한국업체에 내줬으나 아직도 세계 TFT LCD 시장을 주도하는 일본업체들의 반격이 만만치 않을테고 후발주자인 대만업체들의 거센 도전도 예사롭지 않기 때문이다.
초고속 승진을 거듭한 행운의 사나이, 알고 보면 행운을 만든 사나이 이상완 대표는 이에 대해 어떤 복안을 갖고 있을까.
-일본과 대만업체들의 생산확대로 공급과잉의 가능성은 없나.
▲일부에서는 그런 의견을 내놓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수요 자체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으며 핵심부품의 공급이 달려 공급과잉의 가능성은 희박하다. 일부 크기와 응용시장에서는 오히려 공급부족이 극심할 수 있다.
-올해도 호황을 누릴 것으로 보는지.
▲그렇다. 이유는 간단하다. 기존의 노트북컴퓨터와 모니터시장이 안정적으로 늘어나는데다 신규시장인 디지털이동통신과 LCD TV 시장이 올해 본격적으로 태동할 것이다. TFT LCD는 디지털환경에 적합한 디스플레이로 장기적으로 25% 이상 고속 성장할 것이다.
-생산량도 대폭 늘리는가.
▲우리 회사는 기흥과 천안에 3개의 양산라인을 보유하고 있는데 천안에 올해 말 가동을 목표로 신규라인을 준비하고 있다. 세계 최대 기판 사이즈다. 지난해에는 430만대 정도 생산했고 올해에는 600만대 정도 생산할 계획이다.
-대만업체들도 투자를 확대하고 있던데 어떻게 보는가.
▲작년까지만해도 대만업체의 생산이 올해 본격화할 것으로 생각했지만 최근에는 주춤하다. 애초 약속했던 것과 달리 일본업체들이 기술을 제대로 이전해주지 않고 있고 엔지니어도 적기 때문인 것 같다. 또 대만업체들이 본격적으로 생산한다 해도 크기가 작아 대세에 미칠 영향은 적다고 본다.
-작년만큼의 수익성을 기대할 수 있는가.
▲작년에는 좋은 환경이었다. 일본업체들의 생산량이 적었고 대만업체들은 아예 시장에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올해에는 공급량이 늘어날 것으로 보여 작년처럼 좋은 수익구조를 기지기 힘들것이다.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전략은.
▲품질만큼이나 고객서비스가 중요하다. 소량이라도 우리회사 제품을 구입하려는 고객들에게 최선의 서비스를 제공하려 한다.
또 단순히 제품만 판매하는 것으로만 그치지 않겠다. 고객사와 제품 개발단계부터 긴밀하게 협의해 최적의 제품을 공급하고 혹시 발생할 수 있는 문제까지 미리 해결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무엇보다 고객이 원하는 제품을 적기에 공급하는 체제를 갖추는 데 주력할 것이다.
-최근 TFT LCD에 새 브랜드를 도입했던데.
▲와이즈뷰(Wiseview)라는 브랜드다. 독자 브랜드를 통해 최고의 제품이라는 명성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이 브랜드를 적용한 제품이라면 세계 어느 사용자들도 믿고 쓸 수 있다는 신뢰감을 쌓도록 노력하겠다. 안으로는 임직원들에게 세계 최고 제품을 만든다는 긍지와 각오를 심어주기 위해서다.
-국내업체의 시장점유율이 40%에 육박했으나 아직 일본업체들의 점유율에는 미치지 못한다. 일본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려면 어떻게 해야 한다고 보는가.
▲아무래도 TFT LCD 산업의 인프라가 부족하다. 설비·부품·재료를 하루빨리 국산화해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또 일본업체와의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차별화한 원천기술을 확보해야 한다.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우리 업계가 합심해 노력한다면 일본업체 못지않은 기반기술을 갖출 수 있다.
또 생산성 향상을 위한 원가절감 혁신, 새로운 응용시장과 연계한 제품개발 능력의 향상, 전문기술 인력의 지속적인 육성 등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