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생각 좀 하며 세상을 보자」 중
『깊은 숲속에는 백수의 왕 호랑이부터 순하기 그지없는 토끼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어울려 살고 있다. 이렇게 한 숲에 어울려 살지만 그 방식은 제각기 다르다. 호랑이는 며칠에 한번씩 사냥하면 되지만 토끼는 먹을 것만 있으면 때를 가리지 않는다. 힘센 동물에게 쫓기면서 살아가느라 한시도 마음을 놓을 수 없는 것이다.
약자가 강자에게 먹히는 「정글의 법칙」이 바로 자연계의 먹이사슬이다. 한번 호랑이로 태어나면 일(日)단위로 여유롭게 살아가지만 토끼로 태어나면 초단위로 생존을 다퉈야 한다. 부지런히 노력한다고 해서 이러한 먹이사슬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는 없다. 타고난 운명대로 살아가야만 하는 것이 자연의 법칙이다.
기업에도 강자와 약자가 있다. 기업세계의 정글은 바로 시장이며, 자유경쟁이라는 시장법칙이 있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업간의 경쟁도 치열하다. 그러나 기업은 자연계와는 달리 주어진 운명이 없다. 기업은 스스로의 노력에 의해 호랑이가 될 수도 있고 토끼가 될 수도 있다.』
메모:이건희 회장은 지금도 TV에서 방영되는 다큐멘터리는 거의 빼놓지 않고 본다고 한다. 시간이 맞지 않을 때는 녹화해 두었다가 나중에라도 본다. 그렇게 해서 그의 집 지하 서재에 보관한 비디오 테이프가 1000여개. 그는 이것들을 삼성그룹의 정보센터에 보내 여러 임직원들이 돌려보도록 하고 있다. 이 인용문은 그가 동물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보고 쓴 글이다. 시장과 환경은 매순간 변하며 경영자는 이것을 꿰뚫어 보면서 기업의 정글 법칙에 정통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지론이다.
<서현진논설위원 j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