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열도는 요즘 신형 가정용 비디오게임기 「플레이스테이션2」의 열기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소니(http://www.sony.co.jp)가 지난 4일 새벽 5시를 기해 정식 판매에 착수하자마자 도쿄 아키하바라 전문매장이나 주요 양판점에는 구매자들이 한꺼번에 몰려 물건이 없어서 못파는 품귀사태가 속출했고 이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게다가 제품 공급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자 프리미엄을 얹어서라도 사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6일 소니의 공식 발표에 따르면 플레이스테이션2는 인터넷 판매분을 포함해 총 98만대가 팔렸다. 이는 당초 목표인 100만대에 거의 육박하는 것으로 사실 지금까지 가정용 전자기기에서는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록이다.
플레이스테이션2가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끌 수 있는 데는 게임기 전용 마이크로프로세서유닛(MPU)을 채택한 점이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사실 지금까지는 기존 MPU를 게임기에 전용해 왔으나 소니는 도시바와 손잡고 처음부터 플레이스테이션2 전용 고성능 MPU 「이모션 엔진」을 개발했다.
이모션 엔진은 트랜지스터 개수뿐 아니라 연산성능에서도 대표적인 PC용 프로세서 「펜티엄Ⅲ」를 능가한다. 이 때문에 머리카락까지 생생히 표시할 정도로 그래픽 처리력이 뛰어나 캐릭터의 개성을 완벽하게 표현한다.
또 주목되는 것은 게임기로는 최초로 디지털다기능디스크(DVD) 재생 기능을 갖추고 있는 점이다. 특히 보급형 DVD플레이어 가격이 3만∼4만엔인 점을 감안하면 3만9800엔 하는 플레이스테이션은 비슷한 가격대이면서도 게임까지 할 수 있어 한층 매력적이다. 이같은 특징으로 플레이스테이션2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다소 부진한 일본 DVD플레이어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이라는 기대가 적지않다.
이같은 성과는 이미 성공한 「플레이스테이션」의 후광이 강하게 작용하고 있다. 플레이스테이션은 지난해 누계 판매대수가 7000만대를 넘어서 닌텐도의 「패밀리컴퓨터」(6700만대)를 누르고 최고 게임기로 등극, 소니를 실질적인 최대 게임기 업체로 부상시켰다. 이밖에도 플레이스테이션2의 인기 비결로는 뛰어난 확장성이 거론되는데 PC카드 슬롯, USB, IEEE1394 등 PC를 방불케 할 정도로 인터페이스가 다양하다. 이들은 모두 PC 관련 주변기기 접속용으로 사용할 수 있다. 즉 키보드, 프린터, 스캐너, 디지털카메라 등을 연결해 사용하는 것이다. IEEE1394는 가정내 네트워크에 접속하는 데 불가결하다.
인터넷접속 기능도 빼놓을 수 없는 특징이다. 이와 관련, 소니는 우선 휴대폰을 통한 인터넷접속 서비스에 곧 나서고, 내년부터는 고속의 케이블TV망을 이용한 서비스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사실 소니는 이 인터넷접속 기능에 주목하고 있다. 이를 통해 플레이스테이션2를 단순 게임기가 아닌 가정용 주력 인터넷 단말기로 육성하겠다는 야망을 갖고 있다.
소니는 플레이스테이션2를 가을에는 미국과 유럽 시장에도 투입할 계획이다. 세계 최대 게임기 시장인 일본에서 데뷔에 성공한 플레이스테이션2가 앞선 기종인 플레이스테이션을 능가하는 제품이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신기성기자 k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