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회-시장 개척이 급선무다

「단순한 시스템통합(SI) 업체의 이미지에서 탈피해 가치창조형 첨단 정보기술(IT) 서비스업체로 발돋움한다.」

이미 몇년 전부터 SI업체들이 끊임없이 강조해온 경영 모토다. SI업계가 매년 봉착하고 있는 문제도 「어떤 방법으로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낼 것인가」와 「SI사업을 어떻게 고부가가치 사업으로 전환할 것인가」라는 두 가지 화두로 요약된다. 그리고 SI업체들은 미래를 담보할 새로운 유망시장 개척을 그 해답으로 꼽는다. 다시말해 새로운 시장 수요를 창출하자는 얘기다.

『SI산업의 발전과정을 보면 통합데이터처리(IDP) 시스템에서 출발해 경영정보시스템(MIS)과 의사결정지원시스템(DSS), 전략정보시스템(SIS) 등의 과정을 거쳐 최근에는 전사적자원관리(ERP), 지식관리시스템(KMS), 전자상거래(EC), 아웃소싱 등의 분야가 주류 시장을 형성하는 등 빠른 변화의 과정을 거쳐왔다』는 게 SI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이런 차원에서 올해 국내 SI업체들 대부분이 「e비즈니스」라는 새로운 시장 분야에 도전장을 던지고 있다. 「e 파트너」 「인터넷통합(II)업체」 「e Z드라이브」 등 최근 인터넷 수요를 겨냥해 SI업체별로 내놓은 슬로건도 다양하다.

그럼에도 기존의 인터넷 솔루션 업체들은 SI업계 이러한 움직임을 「위협」으로 느끼기는커녕 신경조차 쓰지 않는 눈치들이다.

『SI업체들은 기존의 솔루션을 인터넷 기반으로 전환하겠다는 것 외에는 e비즈니스 분야에서 뾰족한 사업 방향이 없다. 기업용 정보시스템 분야에서 가장 많은 노하우를 보유하고 있는 곳이 SI업체들이지만 신규수요 공략에는 항상 실패해왔고 이번 역시 마찬가지일 것이다.』 (S업체 기획임원)

SI업계 내부 인사들조차도 『정보기술(IT) 분야의 빠른 시장변화에 따라 특정 분야에 선제공격을 가하기에는 조직구성 자체가 너무 비대하다. 특히 그룹 내부의 시스템관리(SM) 사업에 안주하고 대부분의 핵심 솔루션을 외부에서 공급받아온 그동안의 관행은 공격적인 시장개척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된다』고 말한다.

하지만 이러한 자조적인 목소리와는 반대로 최근 SI업계 내부에서는 큰 변화의 조짐이 일고 있다.

회사내 직급제도를 폐지해 전체적인 조직구성을 수직적 서열관계가 아닌 동반자적인 사업 파트너 관계로 재정립하고 팀별, 사업부별 역할과 성과에 대한 보수 체계를 차별화하는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실제로 포스데이타·CJ드림소프트·대우정보시스템 등은 이미 전체 회사구성을 벤처형 조직으로 변환하는 작업을 진행중이다.

대우정보시스템 김용섭 사장은 『조그만 벤처 조직들이 전열을 정비해 더 넓은 바다를 항해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항구 역할을 맡겠다』며 사업부 조직을 세분화하고 대부분의 임원들이 벤처 조직의 대표이사로 겸직하도록 하는 복안까지 세웠다.

포스데이타 김광호 사장도 『운동장 한가운데 무대를 만들고 아이디어가 있는 사람이면 언제라도 올라와 발표하고 이를 들을 수 있는 장소를 만들고 싶다』고 말할 정도로 변화의 필요성을 실감하고 있다.

비전산 분야 출신으로 최근 제일제당 계열 CJ드림소프트의 대표이사로 전격 발탁된 우광호 사장은 자신이 이 분야의 비전공자기 때문에 오히려 선임됐다고 역설한다.

『이제 전산화 작업은 끝났다. SI업체도 살아남기 위해서 지금처럼 내부 영역에 머물러 있을 것이 아니라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가지고 새로운 시장으로 나가야 한다. 이러한 변신에는 그룹 조직문화에 길들여지고 기존의 전산환경에 익숙한 것이 오히려 더 큰 장애가 될 수 있다』는 게 우 사장의 주장이다. 근본적인 변신을 통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지 않고서는 더이상의 미래도 없다는 사실을 SI업계 스스로가 더욱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