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시장에 대한 외국업체들의 공세가 활발하다. 마이크론·페어차일드·슈테야그마이크로텍(SMT) 등 외국 반도체업체들은 최근 한국내 판로를 확대하고 생산설비를 확충하는 등 국내시장 공략을 강화하고 있다.
외국 반도체업체들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한국내 생산라인을 철수하거나 지점을 대리점으로 격하하는 등 투자를 축소했으나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 수요가 활성화하자 적극적인 공세로 돌아선 것이다.
◇현황
외국업체들의 진입시장은 전통적인 장비와 부품뿐만 아니라 소자 분야까지 확대되고 있다.
미국 D램 반도체업체인 마이크론은 이달 초 LG상사와 대리점 계약을 맺고 한국시장 공략을 본격 진출했다. 이 회사는 국내 중소업체 한곳을 통해 소극적으로 제품을 공급해왔으나 시장 확대를 위해 대기업인 LG상사를 신규 거래선으로 끌어들였고 장기적으로 직접 진출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미국 반도체업체인 페어차일드반도체는 2억달러(약 2400억원)를 투자해 부천공장에 올해 말까지 전력용 반도체 생산라인 1개를 증설하기로 하고 지난달 착공에 들어갔다.
지난해 한국에 지사를 설립한 미 반도체 장비업체 캐봇은 최근 경기도 안성공단에 2500평 규모의 물류공장을 오는 7월 말까지 완공할 계획이며 추가 설비투자를 통해 내년부터 직접 생산할 계획이다.
미국 베리안 역시 2년 넘게 중단했던 평택공장의 이온주입기 조립 생산라인을 다음달부터 재가동할 계획이며, 진공장비업체인 일본 얼박은 올하반기중 평택에 반도체장비 생산공장을 신설한다.
대만의 반도체업체인 ASE는 지난해 말 미 모토로라의 파주 반도체공장을 인수, 국내시장에 진출했으며 올해 본격적인 제품생산과 설비증설을 추진중이다. 독일의 반도체세정장비업체인 SMT는 지난달 국내 기업인 케이씨텍과 지분비율 51 대 49의 합작사를 설립, 케이씨텍의 신설공장을 통해 제품을 생산, 판매할 예정이다.
이밖에 일본의 STC와 디에스아이(DSI), 네덜란드의 ASML, 미국의 암테크시스템스 등 주요 반도체장비업체들이 각각 국내업체와 합작 또는 제휴해 한국시장을 집중 공략할 계획이다.
또 텍사스인스트루먼츠(TI)·모토로라·아날로그디바이스 등 외국의 통신용 반도체업체들도 올들어 국내 지사 또는 대행사를 통해 국내 정보통신단말기 및 시스템업체를 겨냥한 신제품 공세를 전개하고 있다.
◇배경과 전망
외국업체들이 한국에서의 사업을 강화하는 것은 그만큼 먹을 만한 「떡」이 커졌기 때문이다.
삼성·현대·아남반도체 등 국내 반도체업체들은 반도체 경기의 호조에 따라 올해 대폭적인 설비증설을 추진중이며 따라서 관련 장비와 부품 수요도 급증할 전망이다.
이동전화·ADSL 등 정보통신단말기 및 시스템업체들도 인터넷과 이동전화기의 수요 폭발로 올해 생산량을 대거 늘려잡고 있다.
올들어 한국내 사업을 확대하는 외국 반도체업체들이 대부분 반도체장비나 통신용 반도체업체라는 점은 이러한 상황을 반증한다.
그렇다고 외국업체들이 당장의 시장만 놓고 투자나 마케팅을 확대하는 것 같지는 않다. 외국업체 관계자들은 『당장의 매출증가보다는 300㎜ 웨이퍼 생산장비나 IMT2000 등 차세대 이동통신단말기용 반도체 수요를 기대한다』고 입을 모은다. 미래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투자 확대라는 얘기다.
하지만 대부분 외국업체들은 직접 투자를 자제한다. 관련 규제와 고임금 등 투자조건이 그다지 개선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리하지 않겠다는 판단에서다.
외국업체들의 공세 강화로 국내 반도체장비 및 통신용 칩시장은 지금보다도 더욱 외국업체의 독무대가 될 전망이다. 토종장비 및 주문형반도체(ASIC)업체들은 시장 활성화로 모처럼 잡은 기회를 고스란히 외국업체에 내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신화수기자 hsshi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