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컴퓨터 주변기기 공급업체들은 한가지 고민에 빠져 있다. 내로라하는 인터넷 업체들이 주변기기 판매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인터넷 기업이라고 해서 주변기기를 팔지 말라는 법은 없다.
문제는 주변기기를 판매하는 업체들의 영업행태다. 이들 대부분은 컴퓨터나 주변기기 인터넷쇼핑몰 업체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종 주변기기를 팔고 있다. 주변기기는 제품 특성상 판매가 잘 돼 환금성이 좋고 다른 제품에 비해 마진도 다소 나은 편이다. 인터넷 업체들은 바로 주변기기의 이러한 특성을 고려해 「매출 올리기」 제품으로 이들 제품을 활용하는 것이다. 매출을 극대화해야 하는 인터넷 업체들로서는 주변기기만큼 좋은 제품이 없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이로 인한 부작용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 사례를 보면 주변기기 판매업체들의 고민이 이해가 간다. 시중에서 40만원대에 판매되는 제품을 원가에 가까운 35만∼36만원대에 판매하는 경우는 보통이고 제품박스에 명기된 제품과 내용물이 다른 제품을 들여다 판매하는 사례도 수두룩하다. 실제로 인터넷 기업으로 주가를 높이고 있는 S기업의 경우는 그래픽칩세트를 수입해 판매하면서 실제 박스에 표시된 내용물과 다른 제품을 팔다가 이 사실이 밝혀져 판매했던 제품을 회수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또 다른 인터넷업체인 K사는 CDRW 드라이브를 국내에 수입 판매하면서 이 제품을 국내영업권을 갖고 있던 업체와 판매권 다툼을 벌여 외국업체로부터 지탄을 받기도 했다.
또 일부 업체들은 제품 속성을 파악하지 못해 소비자들의 요구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게 관련업계의 지적이다.
새로운 아이디어가 요구되는 인터넷 사업. 이를 구현하는 업체들이 매출에 급급해 주변기기까지 취급해서 되겠는가. 인터넷을 통한 유통시장이 다양화하고 있다지만 동종업계의 지탄을 받아가면서까지 유통질서를 어지럽히는 인터넷 업체들의 부도덕성은 분명 시정돼야 할 일이다.
<컴퓨터산업부=이규태기자 ktlee@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