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통신소재산업 키우자>8회-해결해야 할 과제들...중복투자 우려된다

최근 화학·섬유업체들이 정보전자소재사업을 확대하는 것은 국내 정보전자산업의 뿌리를 확고히 내릴 수 있다는 점에서 바람직하나 무분별한 투자 움직임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높다.

의욕적인 사업 확대는 좋으나 자칫 중복투자에 따른 과당경쟁으로 초기단계부터 삐그덕거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중복투자 논란

화학·섬유업체들의 우후죽순식 정보전자소재 육성계획으로 중복투자와 과당경쟁 등이 우려되고 있다.

이미 이 분야 진출을 밝힌 재벌그룹사의 화학·섬유업체 이외에도 한화·코오롱 등의 주요 계열사도 이 분야 진출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이들이 진출을 가시화할 경우 중복투자 논쟁은 더욱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자원부의 한 관계자는 『우후죽순식 정보소재산업 진출이 반도체에 이은 또 다른 중복투자를 낳을 수 있다』면서 『멀리 찾을 것도 없이 반도체 분야의 중복투자로 지난해 현대전자와 LG반도체는 우여곡절 끝에 합치는 결과를 빚었고 결국 국가 경쟁력만 떨어뜨리지 않았는가』라고 되물었다.

화학·섬유업체들의 견해는 다르다. 이들업체는 디스플레이용 소재와 2차전지산업은 이제 초기단계여서 이미 성숙한 반도체산업과 특성이 다르기 때문에 초기 진입단계에서 중복·과잉투자 논의는 성급하다고 주장한다.

디스플레이소재는 앞으로 노트북컴퓨터·HDTV·IMT2000단말기 등 여러 품목에서 활용될 수 있어 PC에 한정된 D램 위주의 메모리반도체와는 사업적 특성이 다르다. 2차전지 역시 이동전화·노트북컴퓨터·캠코더 등에서 활용돼 앞으로 높은 성장세를 나타낼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화학·섬유업체들은 소재분야의 특성상 완제품과는 달리 여러 분야에서 응용가능하며 특히 수조억에 달하는 대규모 시설투자 없이 보완투자만으로도 가능해 국가 경쟁력을 저해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이들 업체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으나 D램 반도체의 전철을 밝지 않도록 초기단계부터 업체간 조정의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삼성종합기술원의 최병소 전문연구원은 『화학·섬유업체들은 처음부터 국내 완제품업체와 유기적인 협력체제를 구축해 공동투자와 개발을 유도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등 국책연구소와 신제품·신기술의 공동개발을 추진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라고 강조한다.

◇선택과 집중

일본의 화학업체 J RS는 합성고무업체로 출발했다. 고무에 관한 상당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던 이 업체는 고무의 이중구조 기반기술을 전자재료에 응용, 포토레지스트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이 회사는 64메가, 1기가 등의 반도체 공정에 활용되는 DUV 포토레지스트 분야에 강한 경쟁력을 확보했다.

80년대 말 삼성전자·LG필립스LCD(구 LG반도체) 등은 시장성이 불투명했던 박막트랜지스터 액정표시장치(TFT LCD)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시야각·대면적성 등의 기술적인 문제로 시장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단행한 이들의 투자는 10년 뒤 세계시장 석권으로 나타났다.

두 사례는 국내 화학·섬유업체들이 정보전자 분야 사업을 어떻게 추진해야 좋을지 제시해준다. 정확한 시장분석에 기초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다.

화학·섬유업체의 사업전략을 뚫어보면 명확한 전략에 따른 것이라기보다는 호황사업에 일단 발을 담가보자는 냄새가 풍긴다. 2차전지분야에서는 새한·SKC·LG전자 3사가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고 LG화학과 SKC는 LCD용 도광판 분야에서 사업이 중복되는 등 각 업체마다 여러 사업부문에서 아이템이 겹친다.

물론 어느 분야에서나 경쟁은 제품력 향상의 원천이나 문제는 이들 업체들이 명확한 시장분석에 기반을 두고 사업을 펼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화학·섬유업체들의 추진인력들조차 앞으로 펼칠 소재분야시장을 구체적으로 전망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신소재 분야의 승부에서 사업아이템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SKC의 전략기획팀 이규범 과장은 『정보소재는 재료산업이기 전에 지식산업』이라며 『신기술을 개발하는 데 앞서 앞으로 정보산업이 어떻게 전개될 것인가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한다.

<김인구기자 cl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