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소설> (377) 벤처기업

최고의 버전<39>

유 회장이 약간 변태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것이 중요한 것은 아니었다. 진술서는 그들이 방에서 겪었던 일을 아주 자세하게 기록한 조서였다. 아마 여자를 닦달해서 자세하게 진술토록 한 모양인데, 그렇게 구체적인 상황이 진술되어야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두 사람의 몸짓뿐만 아니라 대화조차 그대로 진술되어 있었다. 주고받은 대화나 몸짓은 정상을 벗어나 있었다. 총경이 왔지만 담당 형사는 타협을 하지 않고 원칙만을 주장했다. 한동안의 시간이 흘러 담당 형사는 생색을 내면서 유 회장과 여자를 풀어주었다. 꾸민 조서는 그대로 올리겠다고 했다. 나중에 어떻게 처리되었는지 알 수 없었으나 유 회장에게 아무런 연락이 없었다.

그로부터 일주일 후 나는 유 회장과 함께 중국으로 갔다. 먼저 북경에 가서 유 회장의 사무실에 들렀다. 그의 사무실은 천안문 광장이 내다보이는 북경호텔 한쪽 건물이었다. 건물의 오른쪽에는 자금성이 있었고, 그 맞은 편에는 천안문 광장이 보였다. 호텔의 뒤쪽으로 가면 식당가가 있는데, 그곳에 조선족들이 경영하는 한식집이 있었다. 한식(韓食)이라고 하지만 완벽한 한국 음식을 만들지 못하고 중국식과 혼합되어 있었다.

사무실에는 여자 두 명과 한 명의 남자가 있었다. 모두 조선족이었는데, 유 회장이 가자 전화 연락을 받고 중국인 한 명이 나왔다. 한족인 그는 그곳의 지사장이라고 하였는데, 한국말을 전혀 하지 못해서 조선족 남자 직원이 통역을 하였다.

『이 사람은 정부 당간부로 있는데, 우리 일을 겸해서 하지.』

그를 소개하면서 유 회장이 말했다.

『겸직을 할 수 있습니까?』

『얼마든지 하지. 물론, 비공식적인 일이지만.』

나는 처음에 유 회장이 말하는 비공식이라는 말의 의미를 파악하지 못했다. 비공식이라는 말은 불법이라는 뜻이지만, 그것을 불법이라고 하지 않고 공인된 일이라는 것이었다. 이러한 부조리는 도처에 있었지만, 그것으로 잘못되는 일은 없었다. 부조리의 공존은 아주 미묘한 질서를 가지고 있어서 질서와 무질서가 공존하고 있었다. 그러니까 당간부에게 월급을 주고 있었는데, 그가 지사장이라는 직책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에게 가는 돈이 뇌물이 될 수 없었다. 만약에 문제가 되면 뇌물수수에 해당하는 것이 아니고, 겸직을 가질 수 없다는 국법을 어긴 것밖에 되지 않아 가벼운 벌로 직책을 잃으면 되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