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리콘밸리투데이>베이지역, 미 기업들의 온라인 전초기지로 자리잡았다

실리콘밸리가 미국 기업들의 온라인 전초기지로 뿌리를 내리고 있다. 그 어느 지역보다 고급 인력이 넘쳐나고 벤처 캐피털마저 흥청거리는 이 지역 특성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단숨에 드러난다.

미 유통업체 K마트의 인터넷 사업체인 블루라이트닷컴(http://www.bluelight.com) 직원들이 새로 옮겨간 샌프란시스코 사무실 빌딩 발코니에서 바라보는 전경은 미시간주 트로이 본사 빌딩의 전망과 사뭇 다르다. 미국 서부의 안개 낀 샌프란시스코의 이름난 관광지 「피셔맨의 부둣가(Fisherman’s Wharf)」 근처에 자리잡은 이 회사 새 사무실의 전경은 중서부 지방의 넓은 프레리 평야를 굽어보는 본사와 달리 마린 헤드 랜즈의 파도와 울퉁불퉁한 해안 돌출부 모습이다.

미국 유명 기업들 중 상당수가 지난해 이곳에 자신들의 닷컴회사를 설립했다. 이 기업들은 K마트처럼 기업의 인터넷 주소를 본사 대신 베이 지역(샌프란시스코만 주변지역)으로 정했다. 이유는 여러 가지다. 이 곳은 우선 고급 인력 확보가 용이하고 벤처캐피털의 본거지와 가깝다는 장점이 있다. 또 어떤 기업의 중역들은 모기업과 너무 가까이 있으면 직원들의 창의성이 죽는다고도 지적한다.

베이 지역이 미 기업들의 온라인 전초기지화하고 있는 사실은 인터넷이 전자상거래 기업의 지리적 위치와 상관없다는 일반론에 빗대보면 어쩌면 어긋나는 일이다. 그러나 많은 기업이 베이 지역을 온라인 비즈니스를 위한 최적의 기지로 여기고 이 곳의 높은 임금과 부동산 비용을 감수하면서 사무실을 속속 개설하고 있는 추세다.

월마트닷컴(http://www.wal-mart.com)의 짐 브레이어 이사는 『베이 지역은 세계 어느 곳보다 빠르고 쉽게 고급 인력을 채용할 수 있다』고 꼽는다. 월마트닷컴은 최근 모기업 본사가 있는 아칸서스 벤턴빌에서 이 곳 팰러앨토의 임시 사무실로 옮겼다. 이 회사는 샌프란시스코 반도에서 항구적인 본사 부지를 물색중이다. 짐 브레이어 이사는 『일반기업을 인터넷 기업으로 재출발시키려면 기동력이 성공의 핵심 관건이다』고 해석했다.

월마트닷컴의 현재 직원 수는 10명이나 연말까지 190명을 추가로 모집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처음에 텍사스주 오스틴이나 동부 해안지방으로 회사를 옮기려고 했었다. 그러나 유능한 직원채용이 쉽고 소프트웨어 기업들과 투자자들이 몰려있는 베이 지역을 최종적으로 선정했다.

인터넷 기업 중역들은 베이 지역 기술자들을 다른 지역으로 끌어오기가 힘들다고 말한다. 기술자들 중에는 폐쇄적인 다른 지역보다 개방성이 강한 베이 지역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곳이 언제든지 쉽게 직장을 옮길 수 있는 하이테크기업 밀집 지역이라는 점 때문에 이 곳 거주를 바라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베이 지역이 인터넷 세계의 수도라는 평판이 오히려 나쁜 점도 있다. K마트의 블루라이트닷컴 데이비드 카라커 홍보실장은 베이 지역으로 옮긴 뒤 임금이 올라가고 이직률도 높아졌다고 밝혔다. 카라커 실장은 『임금을 더 많이 지불해야 하지만 사이트는 결국 더 좋아질 것』이라면서 『장기적으로는 이곳이 훨씬 이익이다』고 진단했다.

카라커 실장은 K마트 본사와 2000마일이나 떨어져 있는 것 또한 하나의 보너스라고 덧붙였다. 두 사무실은 비디오폰으로 직접 연결되고 임원들은 거의 매일 샌프란시스코와 미시간 사이를 오가곤 한다.

처음부터 인터넷 사업을 베이 지역에서 벌이는 기업들도 적지 않다. 신시내티의 소매점 체인인 매시의 매시스닷컴(http://www.macys.com)은 2년 전 창업할 때부터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모기업 페더레이티브 백화점의 유니언 스퀘어 사무실에 본사를 두었다. 시카고의 엔사이클로피디어 브리태니카사처럼 온라인 사업의 일부만을 베이 지역에 두는 기업들도 있다. 브리태니카닷컴의 인터넷 교육부문은 현재 남부시장 근방에 사무실이 있으나 오는 6월 이곳 프레시디오로 옮기게 된다.

이 같은 전자상거래기업들의 베이 지역 집중현상은 인터넷이 전세계 모든 사람들에게 공평하다는 기본 취지에 맞지 않는 대목이기도 하다.

UC버클리의 라시 글레이저 교수는 실질적으로는 인터넷에서 지리적 위치가 여전히 문제가 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글레이저 교수는 첨단기술기업들은 자신이 주장하는 이른바 「워터쿨러 현상(Water Cooler Phenomenon)」의 이점을 얻기 위해 다른 기술기업들에 둘러싸여 있을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첨단기술 기업들이 한데 모여 있어야 비공식적인 아이디어 공유와 최신 혁신추세를 따라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글레이저 교수는 『실리콘밸리는 다른 면에서 생각하면 하나의 커다란 워터쿨러와 같다』면서 『사람들의 배움은 상당 부분 얼굴을 맞대는 가운데 나오는데 어떤 일은 자동화하거나 가상현실화 시킬 수 있으나 그렇게 할 수 없는 일도 있다』고 해석했다. 글레이저 교수는 재래식 기업들이 인터넷 전초기지를 베이 지역에 세우고 있으나 그 경제적 충격은 미미할 것이라고 점쳤다. 첨단기술 산업의 규모가 방대하고 부동산 경쟁이 치열해서 몇 백개의 직장 이전이 이 지역에 큰 영향을 주지 못한다는 해석이다.

글레이저 교수는 『이들 기업들이 오느냐 안 오느냐는 커다란 영향을 주지 못한다』면서 『이곳에서는 인터넷 기업이 모자라 고민하는 일은 없다』고 밝혔다.<케이박기자 kay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