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트렌드> 한국유니시스

한국유니시스는 외국 중대형 컴퓨터업계에서 가장 보수적인 이미지를 갖고 있다.

일단 유니시스가 과거 「메인프레임의 강자」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남아 있는데다 여기에 정보산업계의 원로인 조완해 사장이 10여년을 경영해 오면서 한국유니시스는 급변하고 있는 컴퓨터환경 변화의 물결을 제대로 타지 못하고 있는 듯했다.

이러한 한국유니시스가 최근 들어 큰 변화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같은 변화는 김재민 전 (주)MS 사장이 신임사장으로 취임하면서 시작된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장으로 취임한 지 2개월도 되지 않았지만 한국유니시스는 지난 10여년보다 더 큰 변화의 과정을 겪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은 한국유니시스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권위주의가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것이다.

IT업계에서 가장 개방적인 인물로 평가받고 있는 김 사장은 사장 취임과 함께 임원 및 직원간 권위의 벽을 허물었다.

매주 화요일과 목요일 김 사장은 직원들과 함께 2시간에 걸쳐 점심식사를 함께 한다. 이 자리는 신임사장이 직원들과 갖는 일반적인 상견례의 자리가 아니다. 직장의 문제점과 애로점들을 있는 그대로 최고경영자에게 이야기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을 찾는 자리다.

김 사장이 이 시간을 귀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것은 참석자들을 5명으로 제한하고 있다는데서 찾을 수 있다. 인원이 많아지면 이야기가 정치적(?)으로 흐를 수밖에 없고 속내에 있는 이야기들을 털어놓지 못한다고 믿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이 자리에서 말하기보다는 듣는데 더 노력하고 있으며 이를 곧바로 경영에 반영하려는 모습이 역력하다는 게 직원들의 공통된 이야기다.

고객감동도 김 사장의 경영철학에서 상당히 중요하게 평가하는 항목이다.

『기존 고객이 최대의 새로운 고객이라는 철학을 바탕으로 고객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지, 고객을 리드할 수 있는 솔루션은 무엇인지 항상 고객중심의 영업 마인드를 가져야 합니다.』

이를 위해 김 사장은 고객만족을 위한 철저한 유지보수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것을 취임 이후부터 강조해 오고 있다.

기업이 직원들과 고객, 투자자들의 꿈을 현실화하는 산실이라고 강조하는 김 사장의 경영철학을 피부로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한국유니시스의 변화는 사업분야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다.

그동안 한국유니시스는 나름대로 솔루션베이스의 서비스 사업을 추진해 왔지만 기대한 만큼의 성과를 거두지 못한 게 사실이다.

김 사장은 인터넷시대에서 살아남기 위한 유일한 대안은 e비즈니스사업이라는 판단아래 한국유니시스를 e비즈니스업체로 탈바꿈시키기는데 총력을 기울여왔다.

그리고 2개월만에 한국유니시스는 현재 보유하고 있는 솔루션들을 e비즈니스 환경에서 구현할 수 있도록 했으며 유니시스가 월드와이드하게 보유하고 있는 e비즈니스 관련 각 솔루션들을 한국에서 적용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는데 성공했다. 김 사장의 추진력과 한국유니시스의 저력이 결합한 구체적인 성과인 셈이다.

김 사장은 현재 구축된 기반을 구체적인 사업성과로 연결시키기 위해 현재 산업별로 구성돼 있는 각 영업조직에 분산돼 있는 e비즈니스 솔루션들을 총괄할 수 있는 e비즈니스 영업조직을 조만간 완료하고 본격적인 사업을 전개해 나가겠다고 밝히고 있다.

김재민 사장이 이끄는 한국유니시스는 이제 두달째에 접어들고 있다. 아직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나기에는 너무 짧은 시간이지만 비상을 위한 움직임은 과거 어느 때보다도 활발히 전개되고 있다.

IT업계에서 가장 패기만만하고 저돌적이며 개방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김 사장이 가장 보수적인 이미지의 한국유니시스와 어떻게 접목돼 비상의 나래를 펼지 IT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양승욱기자 swy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