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롬기술과 네이버컴이 합병키로 합의했다. 이와 관련, 두 회사는 16일 조선호텔에서 새롬기술 오상수 사장, 네이버컴 이해진 사장이 참석한 가운데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이같은 내용을 전격 발표했다.
이에 따라 다이얼패드로 인터넷 성공신화를 이뤄낸 새롬기술과 검색서비스로 명성을 얻은 네이버컴이 합쳐 국내 최대 규모의 인터넷 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하지만 과연 이들 두 회사의 합병이 「윈윈」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서는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다.
◇어떻게 이뤄졌나=두 회사의 합병 논의가 시작된 것은 지난 3월초 부터다. 새롬기술에 따르면 당초 새롬은 다음·네이버컴과 합쳐 그랜드 인터넷 업체를 설립할 계획이었다. 3개사가 공동으로 합병 작업을 진행해 오다가 다음과 지분교환 비율이나 합병방식에 이견을 보이면서 결국 두 회사만 합치기로 의견을 모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같은 발표와 달리 새롬은 이미 네띠앙이나 야후코리아, 한글과컴퓨터 등 대부분의 인터넷 포털이나 솔루션업체에 추파를 던진 것으로 알려졌다. 심지어 미국 현지법인인 새롬닷컴을 통해 야후 본사측에도 비슷한 제안을 했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그만큼 다이얼패드가 미래가치를 올리면서 수익모델로 자리잡기에는 한계에 달해 새롬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호재를 찾고 있었다는 얘기다. 실제로 전문가들은 다이얼패드 사업만으로 새롬이라는 회사를 성장시키기에는 한계에 도달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어떤 형식의 합병인가=아직까지 구체적으로 합병 구도가 밝혀진 것은 없다. 지분 교환 비율은 물론 회사 가치, 인수인지 합병인지 여부에 대해 단지 「진행중」이라고만 밝히고 있는 상황이다. 그만큼 별다른 준비없이 급작스럽게 이뤄졌다는 후문이다.
새롬 오상수 사장에 따르면 합병이라는 공식 발표와 달리 새롬이 네이버컴을 인수하는 방식으로 이번 제휴가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즉 새롬은 네이버컴을 새롬의 한 사업부 형태로 가져갈 계획이다. 새롬 사장이 대표인사를 맡게 되며 네이버컴 이해진 사장은 사업본부장 정도의 직위를 갖는다는 얘기다. 이번 합병으로 새롬은 다이얼패드나 모뎀사업을 모두 스핀오프시켜 별도로 독립시킬 계획이다. 이에 따라 새로 출범하는 새롬기술은 외형만 새롬이라는 이름을 유지하지 실제 알맹이는 네이버컴이 갖는 형태로 유지될 전망이다.
◇시너지 효과가 있나=어떻게 보면 이번 합병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이다. 새롬이 밝힌 공식적인 합병 이유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이다. 즉 세계적인 인터넷업체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국내에도 세계시장에서 겨룰 만한 규모나 기술을 가진 회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다이얼패드로 확고한 브랜드 이미지를 쌓은 새롬과 검색엔진 분야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네이버컴이 합치면 충분히 경쟁력 있는 글로벌 회사를 만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새롬이라는 회사가 갖고 있는 다이얼패드의 세계적인 인지도와 네이버컴의 검색엔진을 기반으로 포털서비스를 비롯한 전자상거래 사업을 진행하면 해외시장에서도 충분한 승산이 있다는 계산을 깔고 있다.
하지만 이는 대외적인 명분에 불과하고 실제 합병 배경은 다른 데 있다는 해석이다.
새롬 입장에서는 다이얼패드로 명성을 쌓기는 했지만 이미 성장할 수 있는 선이 분명하다는 관측이다. 비슷한 서비스가 잇따라 출현하고 통합메시징서비스 등 인터넷폰을 아우르는 서비스가 경쟁적으로 제공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새롬 입장에서는 이번 합병을 시너지나 해외시장 개척보다는 생존차원에서 진행한 셈이다. 문제는 네이버컴의 합병 배경이다. 기술력은 물론 일정 수준의 고객을 확보하고 있는 네이버컴이 합병에 동의한 이유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에 대해 관련업계에서는 삼성에서 분리한 이후 그동안 네이버컴이 대외적으로 브랜드 인지도는 쌓았지만 수익모델로는 적당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실제로 네이버컴은 그동안 적자를 면치 못했으나 새로운 사업이나 서비스를 개발하기 위한 자금이 절실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네이버컴이 「악수」라는 평가를 받으면서도 합병한 이유는 바로 투자자금이 필요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 무성하다. 여기에 새롬과 네이버컴에 지분을 갖고 있는 삼성의 사업 전략도 한몫하고 있다. 즉 새롬의 대주주 자격을 가진 삼성은 새롬을 축으로 이같은 인수합병을 적극 유도해 인터넷 기업 「삼성그룹」으로 성장한다는 전략을 갖고 있다는 소문이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합병 시너지 효과에 대해 상당한 회의를 보내고 있다. 서로 부족한 부분을 보완한 합병이 아니라 어쩔 수 없이 이뤄진 결과라는 해석이다. 조만간 새롬 입장에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추가 합병에 적극 나설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실제로 오상수 사장은 이후에도 기술력 있는 회사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인수합병에 나설 것이라고 공개적으로 밝히고 있다.
결국 이번 합병은 인터넷 글로벌 기업의 탄생이라는 「묘수」였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선택한 「악수」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강병준기자 bj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