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통신시장의 주도권이 유럽으로 이동하고 있다.
유럽은 지난해 이동통신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과 최근 잇따른 M&A로 인한 거대 통신기업의 탄생으로 세계 통신시장에서 「태풍의 핵」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http://www.ft.com)에 따르면 유럽의 통신시장은 최근 몇 년 사이 급속한 팽창을 거듭해 지난해 총 1조5382억달러 규모의 전세계 IT 및 통신시장에서 31%를 차지, 35%를 기록한 미국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통신시장의 성장률을 살펴보면 더욱 고무적이다. 미국이 지난해와 올해 계속해서 연 8%의 한 자릿수 성장률이 예상되는 데 반해 유럽은 지난해 12%에 이어 올해에도 10% 이상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보여 유럽의 통신시장 규모가 앞으로 2년 안에 미국을 따라잡을 전망이다.
유럽의 이러한 성장은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의 급증에 그 배경을 두고 있다. 유럽의 휴대폰 보급률은 올해말에 50%를 넘어서고 3년 후에는 거의 포화상태에 이를 전망이다. 휴대폰 보급률이 이처럼 높은 이유는 통신 인프라 구축이 선행되었고 핀란드의 노키아, 스웨덴의 에릭슨 등 세계적인 단말기 제조업체들을 보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 최대의 단말기업체인 노키아가 위치한 핀란드는 휴대폰 보급률이 65%에 달하고 있다.
유럽 이동통신시장이 급성장한 이유는 「글로벌 로밍」에서도 찾을 수 있다. 유럽은 국가간의 유동인구가 다른 어느 지역보다 많은 편이다. 이에 따라 이동통신 가입자들에게 유럽 각국을 이동하면서도 하나의 단말기로 통화를 할 수 있는 글로벌 로밍은 필수적인 조건이다.
유럽은 90년대초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할 당시 GSM 방식으로 표준화를 이루어 각 국가간의 통화를 가능케 했다. 유럽은 또 최근 IMT2000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도 최신 광대역 CDMA 기술을 일찌감치 받아들여 차세대 이동통신 서비스에서도 글로벌 로밍을 지원하도록 했다.
유럽이 통신시장의 강자로 부상하는 데는 국경을 초월한 M&A도 큰 역할을 했다. 지난 한 해 동안 유럽의 통신업체들간 M&A 규모는 모두 3634억달러에 달했다. 이는 98년에 비해 22배나 증가한 것이다.
특히 사상 최대의 M&A로 관심을 모았던 영국 보다폰에어터치의 독일 만네스만 인수는 이동통신시장은 물론 최근 관심의 초점이 되고 있는 무선인터넷 시장도 장악할 수 있는 거대 통신기업을 탄생케 했다.
최근 들어 유럽 업체들은 북미쪽으로 M&A의 대상을 넓히고 있다. 지난해 보다폰이 미국의 에어터치를 인수하면서 오늘날 성공의 발판을 마련했듯이 프랑스의 알카텔은 지난달 캐나다의 통신장비업체 뉴브리지네트웍스를 71억달러에 인수하며 북미시장 진출과 함께 경쟁력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또한 도이치텔레콤도 미국시장 진출을 위해 비록 무산됐지만 미국의 퀘스트커뮤니케이션스와 US웨스트 인수를 시도했고 현재는 장거리 전화회사인 글로벌크로싱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이 초기 인터넷 환경에서 미국에 뒤졌지만 최근 무선통신 분야에서 미국을 앞서기 시작하며 앞으로 무선인터넷을 이용한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절대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특히 보다폰 같은 거대 통신기업의 탄생은 마이크로소프트의 활약으로 미국이 IT분야의 최강국으로 올라섰던 것처럼 유럽을 통신분야의 중심축으로 자리잡게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이호준기자 newlevel@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