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동전화요금제 누굴 위한 것인가

국내 이동전화 5사가 도입하고 있는 요금제가 무려 105가지나 된다는 보도다. 여기에는 표준요금에서부터 주부·신세대·단체·기업 등 가입자 신분이나 연령층 또는 기호층에 따라 세분된 다양한 방식의 특별요금이 포함돼 있다. 또 청소년의 무분별한 통화 남용을 막기 위해 월정액이 초과되면 수신전용 모드로 바뀌는 경제형 요금제도 있다.

시장에서 다양한 요금 상품이 등장하고 있는 것은 가입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 준다는 점에서 일단 환영할 만한 일이다. 여러 상품 가운데서 비용과 취향에 맞는 것을 선택할 수 있음은 시장경제하에서만 가능한 소비자의 권리이자 이른바 「골라먹는 재미」를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통화가 집중되는 시간을 피하거나 또는 자주 통화하는 사람끼리 패키지를 구성할 경우 할인혜택이 주어진다면 가입자로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다. 또한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메시지 송신 서비스 등 부가 서비스가 제공되는 요금상품의 경우 이는 사업자 입장에서도 서비스 경쟁력을 크게 높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요금제는 한마디로 경쟁우위를 염두에 둔 이동전화회사들의 전략과 점차 세분되는 소비자 욕구가 결합해 나타난 현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동전화 5사가 적용하고 있는 105개의 요금제를 찬찬히 뜯어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절약형」 또는 「경제형」 등은 판촉 구호일 뿐 실제로는 오히려 소비적이며 무분별한 통화를 조장하는 측면이 더 많다는 생각이다. 이들 상품의 다수가 경제력이 전혀 없는 10대나 소비지향적인 20대 초반의 대학생 등 젊은 연령층을 겨냥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스쿨요금」 「마이프렌드」 「커플」 「틴틴」 「아이니」하는 식의 상품들이 바로 그것이다. 판촉문구를 보더라도 「수업 후에는 18원, 방학때는 24원...」이 있는가 하면 「19세 이하만을 위한...」 등 10대의 초·중·고등학생 고객을 유인하는 것들이 상당수다.

이동전화요금은 수년전만 해도 기본료에 통화시간만큼 요금이 추가되는 표준요금제 보통이었다. 그러던 것이 제2이동통신이니 PCS니 하는 후발사업자가 가세하고 가입자 수가 2500만명을 상회하면서 본격적인 요금경쟁시대를 맞이했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반영하듯 이동전화 5사는 연말까지 50여개의 색다른 요금상품을 추가로 출시할 계획이라고 한다.

시장경제체제 아래 기업이 생존을 위해 합법적 테두리 안에서 다양한 판촉활동을 벌이는 것을 나무랄 수는 없다. 하지만 판촉 상품의 상당수가, 엄밀히 말해 이동전화의 주요 고객층이라 할 수 없는 10대∼20대를 겨냥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 정도는 아니다. 이는 반대로 수익은 저조하고 경쟁은 치열하며 기술변화는 극심한 국내 이동전화시장의 현실을 단적으로 설명해 주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역사가 일천한 국내 이동전화회사들에 기업 생존을 위한 첫째 덕목으로서 장기적인 투자 안목을 갖춰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 이 안목이라는 것이 궁극적으로는 기술개발에 의한 서비스 향상과 가격우위 실현에 맞춰져야 함은 물론이다. 이같은 당위성은 이동전화 5사 모두가 IMT2000서비스사업자와 같은 미래가치를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욱 강조돼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