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가화제> 출판산업 흔드는 인터넷 출판

세계적인 인기작가 스티븐 킹의 새로운 소설이 인터넷을 통해서만 판매되자 미국 출판계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고정 독자층을 가지고 있는 스티븐 킹은 최근 인터넷 출판 및 음성서적 전문업체인 사이먼 앤드 셔스터(Simon & Schuster)사와 손잡고 자신의 근작 소설인 「총알 타기(Riding The Bullet)」를 이 회사 홈페이지(http://www.simonsays.com)를 통해서만 판매키로 결정했다.

1만6000여 단어에 이르는 이 작품의 다운로드 가격은 2.5달러. 20∼50달러대에 이르는 종이서적과 비교하면 파격적인 가격이다. 작가 입장에서 본다면 출판사 등 중간유통 경로를 거치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고, 독자의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으로 소설을 읽을 수 있다는 장점으로 인해 스티븐 킹의 이같은 시도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호평을 쏟아내고 있다.

「캐리」를 비롯, 「미저리」 「쇼생크 탈출」 「돌로레스 클레이븐」 「그린마일」 등 숱한 베스트셀러를 양산한 스티븐 킹은 여기에 그치고 않고 「집필중(On Writing)」 「다크타워 5」 등 향후 2권의 새로운 소설을 이같은 방식으로 더 출판하기로 계약을 체결, 오프라인 출판계를 긴장시키고 있다.

문제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스티븐 킹이라는 한 작가의 「돌출된」 행동이 아니라 대세를 이룰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레인메이커」 「펠리컨 브리프」 「타임 투 킬」 「의뢰인」 등으로 국내에도 잘 알려져 있는 존 그리셤과 「붉은 10월」 「패트리엇 게임」의 톰 클랜시 등 유명 베스트셀러 작가들이 인터넷 출판에 깊은 관심을 표명하고 나선 것.

아직까지는 표면화되지는 않았지만 존 그리셤은 CD·카세트테이프 등을 매체로 하는 음성서적을 출판하고 있다. 그는 최근 신작인 「동포(The Brethren)」를 종이서적·음성서적 등으로 출간하면서 자신의 홈페이지(http://www.randomhouse.com/features/grisham/home.html)를 통해 2개 챕터를 무료로 공개했고 설문을 통해 온라인 서적에 대한 독자들의 의견을 묻기도 했다.

톰 클랜시 역시 종이서적과 음성서적만을 출간하고 있지만 그의 인기소설 「레인보 식스」가 게임으로 개발, 인기를 모으고 있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인터넷 출판쪽으로 기울어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게 출판계의 관측이다.

이에 따라 기존 오프라인을 대표하는 출판계는 비상이 걸렸다. 전통적인 출판계의 유통경로를 완전히 배제한 데 따른 파장이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특히 스티븐 킹의 이같은 시도가 기존 출판계의 관행을 완전히 뒤엎어 버릴 수 있다는 위기감으로 전전긍긍하고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 출판계를 배제한 채 작가와 독자만이 만나는 새로운 유통형태가 자리를 잡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전통적인 출판영역이 인터넷의 출현으로 점차 축소되고 있다는 점만큼은 분명한 것 같다.

<강재윤기자 jyk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