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 전자업계의 현안 가운데 하나로 부상하고 있는 부품 수급불균형 문제는 경기가 회복세로 돌아서면서 세트업체의 제품 생산량이 크게 늘고 있으나 부품업계의 부품 공급능력이 이를 뒷받침해주지 못하기 때문에 발생하는 일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 상반기까지만 해도 물량이 넘쳤던 부품이 불과 1년 만에 물량부족 사태를 빚고 있는 것은 우선 경기가 당초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IMF이후 대대적인 구조조정을 실시한 부품업체들이 단기간에 생산능력을 확충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전세계적으로 이동전화기와 위성방송수신기 등 일부 세트품목의 생산량이 크게 늘어나면서 이들 제품에 들어가는 핵심 부품의 공급물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국내 부품업체들이 부품수요를 제대로 소화하지 못하는 것은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최근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되면서 주문물량이 크게 늘어나는 반면 IMF이후 생산설비 확충이 거의 이루어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또 IMF이후 대기업들이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을 위해 부품업계를 대상으로 실시한 단납기제도로 인해 부품업계가 세트업체의 중장기 부품구매 계획을 파악, 수요예측에 의한 계획생산을 하지 못하고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주문량만큼 부품을 생산해 공급하는 시스템이 굳어져 중장기 설비투자 계획을 마련하지 못한 것도 부품 수급불균형의 주요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세트업체가 생산성 향상과 원가절감을 이유로 부품업계에 일정정도 희생을 강요하며 실시했던 단납기제도가 최근에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세트업체의 부품구득난을 심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정보통신산업의 호황에 힘입어 최근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일부 부품의 경우에는 부품업체들의 생산설비 증설에도 불구하고 상당기간 수급불균형 문제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이같은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세트업체와 부품업체가 동반자적 관계를 복원해 세트업체와 부품업체에 모두가 윈윈(Win Win)할 수 있는 부품생산 및 조달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성욱기자 sw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