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휴먼 네트워킹의 국제화...송관호 한국인터넷 정보센터 사무총장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인터넷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한 가운데 이달 초 서울에서 막을 내린 APRICOT(Asia Pacific Regional Internet Conference of Operational and Technologies)2000의 목적은 아시아태평양지역 인터넷 전문가들이 각국의 최첨단 기술이나 현안을 토론하고 인터넷 관련기술 및 경험을 각국이 공유하고자 하는 것이다. 이번 콘퍼런스에는 미국과 호주·일본·중국뿐만 아니라 남미 및 아프리카 등 36개 국가에서 1000여명이 참석했다.

APRICOT 2000에 참석하면서 인터넷세상에서 아태지역이 엄청난 잠재력을 가지고 떠오르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선진국에 비해 인구수가 많은데도 불구하고 상대적인 지식정보화 기반이 취약함을 극복하기 위하여 각국의 정책적인 집중투자로 인터넷 보급이 급격히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저개발국가들이 점점 지식정보사회로의 전환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APRICOT 2000을 통해 이러한 것들을 느낀 우리가 국제화 시대에 간과해서는 안되는 몇가지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첫째는 민간이 주도하여 자발적으로 개최하는 국제모임인 APRICOT 내년 모임이나 다른 인터넷 관련 국제회의에 우리나라 기업이 외국기업과 같이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겠는가 하는 점이다. 기업의 미래가치로 엄청난 부를 축적한 국내 인터넷 관련 벤처기업들은 그들의 이익만을 축적하기 위해 바쁜 탓인지 이번 기회에 거의 참여하지 않았다. 기업의 이윤추구는 우선된 과제지만 아태지역의 인터넷회의에 기여하고 참석함으로써 국경없는 경쟁시대의 진정한 파트너십을 갖지 못한 것이 안타깝다.

APRICOT 2000에서는 개발도상 32개국에 80여명의 참가를 지원해주었다. 그리 큰 지원은 아니지만 아태지역 개발도상국가들의 인터넷 활성화와 새로운 기술의 공유뿐 아니라 휴먼 네트워킹으로서의 국제적인 교류확산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들 개발도상국가의 참석자들은 그들 나라에서는 인터넷의 지도자였다. 이들과의 교류와 협력증진은 향후 우리나라 인터넷기업의 해외진출 교두보로 충분히 활용할 수 있는 좋은 기회였지만 우리 기업들은 이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던 것 같다.

두번째는 국제회의에서 우리의 기술을 널리 알릴 수 있는 국내의 발표자가 매우 드물고 찾기 어려웠다는 점이다. 프로그램을 만들면서 한국이 인터넷게임이나 기반구조 측면에서 상당한 수준으로 발전하였음에도 불구하고 이를 국제회의에서 발표할 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이 거의 없었다. 인터넷기업의 활동무대는 우리나라가 아니라 사이버세상이므로 끊임없이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고 이런 기회를 활용하여 발표함으로써 널리 알려 새로운 시장개척 등 국제적인 경쟁력을 갖춰 나가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술력은 곧 사람이라는 인식으로 인재양성 등에 대한 투자를 더욱 확대하여야만 할 것이다.

세번째는 국내 언론기관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싶다. APRICOT 2000에서는 기라성 같은 인터넷 전문가와 기술자가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같은 시기에 야후의 제리 양이 한국을 방문한 것만 언론에 포커싱되었다는 점이다. 올바른 방향제시와 정보제공이 언론 본연의 임무라고 한다면 인터넷산업의 활성화와 국익보호 측면에서 이번 APRICOT 2000에 좀더 큰 관심을 가졌어야 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밖에도 이번 APRICOT 2000에서 새롭게 논의가 시작된 자국어 도메인문제와 아태지역의 차세대 휴먼 네트워킹에 대한 회의 등 급속한 정책적 변화에 우리가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못한 것도 아쉬움으로 남는다. 사이버세상에서 자국의 문화와 가치관을 유지하고 발전시키려는 움직임이 시작됐으며 아태지역의 인터넷을 통한 문화교류도 활발해지고 있다. 이런 측면에서 우리 문화 및 가치관에 대한 인식·관심·대응노력 모두가 외형적인 규모나 발전추세에 비하여 턱없이 부족하게만 느껴진다.

세계 각국은 새로운 질서형성에 효과적인 대응뿐만 아니라 자국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하여 기술적 협력과 문화적 결속을 통한 블록화 추세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우리도 적극 대응하여야 할 것이며 그 첫걸음이 바로 차세대 인터넷으로 표현되는 휴먼 네트워킹의 국제화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