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들이 대그룹 계열 정보기술(IT)주의 매집에 열을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일부 계열사는 경영권을 위협받는 수준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증권업계와 관련기업에 따르면 올해 외국인은 삼성전자, 삼성전기, LG전자, SK텔레콤 등 주요 IT업체들의 지분을 집중적으로 사들여 외국인 지분율이 최고 52.98%에 이르는 등 경영권을 크게 위협하는 수준에 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특히 이들 기업중 삼성전자는 지난해말부터 외국인들이 주총을 통해 부실 계열사에 대한 지원에 반대하는 등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경영활동을 제어할 수 있는 수준으로 나타나 거래소시장의 침체에도 불구하고 우량기업에 대한 외국인의 매수세가 꾸준히 이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삼성전자는 외국인 지분율이 52.98%에 달하고 있으며 삼성계열 지분의 경우는 삼성생명 6.7%, 삼성물산 4.0% 등 공식적인 우호지분은 13.8%에 불과하다. 또 삼성전기와 삼성SDI도 각각 34.5%, 27.74%에 달하는 등 외국인 지분이 지난 연말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
SK텔레콤도 20일 현재 외국인 지분율이 31.78%에 달하는 등 지분율이 크게 증가했다. 아직까지는 SK 25%, SK케미칼 23%, 한국통신 18.5% 등 국내 지분율이 높지만 외국인이 주총에서 단합할 경우 경영활동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수준이다.
LG전선도 현재 LG증권 19.34%, LG화학 3.0% 등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으나 17.29%의 지분을 갖고 있는 외국인과 소액주주들이 뭉칠 경우 회사측의 일방적인 경영활동을 견제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은 또 LG전자 19.13%, LG정보통신 18.20%, LG화학 33.63% 등 지분을 계속해서 늘려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현대전자는 아직까지 현대중공업 45.9% 등 현대그룹측이 절대지분을 갖고는 있으나 지난 연말 이후 외국인의 집중적인 매수표적이 돼 현재 외국인 지분율이 21.51%로 높아져 경영활동시 외국인의 눈치를 의식할 수밖에 없게 됐다.
이에 대해 증권가의 한 관계자는 『최근 거래소시장이 침체기에 들어선 틈을 타 외국인들이 지속적으로 대형 IT관련업체들의 지분을 매집한 결과 각종 경영활동에 제약을 받을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고 우려하면서도 『외국인 투자를 유치하고 기업경영의 투명성을 제고할 수 있음은 물론 주가관리 등 긍정적인 부분도 없지 않다』고 말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