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컴퓨터를 사용할줄 모르는 소위 컴맹 의사들은 환자를 진료하는 도중 곤혹스러운 일을 경험하곤 한다.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으로 누구나 의료정보에 대한 접근이 쉬워져 인터넷에 능숙한 일부 환자들의 경우 본인이 직접 자신의 질병에 대한 정보를 스스로 찾아내 자가 진단을 하거나 새로운 의학 지식을 찾아내 담당 의사에게 불쑥 들이밀기 때문이다.
대한의료정보학회 한 관계자는 『바쁘다는 핑계로 인터넷을 배우지 않거나 쏟아지는 새로운 의학지식을 습득하는 데 게을리한 의사들은 가상 공간속에 널린 의학지식으로 무장한 이 「반의사 반환자」에게 당혹감을 느끼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인터넷의 발전으로 이미 영문 사이트에서는 구축되지 않은 의료정보를 찾기가 더 어려울 정도로 수많은 의료정보가 구축돼 있는게 현실이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외국 문헌을 찾기 위해 도서관에서 의학용 메드라인 CD를 검색했다.
그러나 디지털시대에는 인터넷에 들어가기만 하면 수많은 자료를 무료로 쉽게 탐색할 수 있게 됐다.
이처럼 정보기술의 혁명으로 의료정보를 둘러싼 두터운 벽이 무너지고 있다.
수년간 공부해온 의사의 머릿속이나 서적·잡지 등에 한정됐던 의료정보가 전산화돼 누구나 쉽게 검색하는 것이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이를 이용할 수 있는 의사와 그렇지 않은 의사 사이에 커다란 변화가 초래되고 있으며 심지어 환자들 사이에서도 급속한 의료 행태의 변화가 초래되고 있다.
순천향대학교 의료정보학 안재억 교수는 『이같은 시대적 변화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인터넷으로 자신이 원하는 의학정보를 빠르게 찾을 수 있는 의료인은 드물며 더군다나 이러한 방법을 가르쳐 주는 교육기관도 의대내에서 3∼4개 대학 외에는 활성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이를 가르치는 의료정보학 교수의 양성이 시급하다는 것이다.
외국에서 의료정보가 구축됨에 따라 국내에서도 한글로 된 의료정보구축이 2∼3년 전부터 급격히 늘고 있다. 처음에는 대학병원급 의사들이 대학병원에 구축된 인터넷서버를 이용,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했고 이어 각 대학병원도 정보를 자체적으로 구축하고 있다.
상업적인 목적으로도 개인 병·의원의 홈페이지를 구축해 주는 의료정보업체도 늘고 있으며 일부 업체는 수백억원대를 투자해 각 대학병원 교수급과 방대한 양의 의료정보를 구축하고자 접촉을 벌이고 있다.
이렇게 수많은 의료정보 구축 붐으로 비슷한 내용들이 양·한방 할 것 없이 아무런 여과 없이 인터넷상에서 일반인들에게 전해지고 있다.
H대학병원 산부인과 P교수는 『수중 분만을 하기 위해선 까다로운 준비과정이 필요한 데도 일방향적 매체에서 터득한 지식만을 갖고 수중 분만을 고집하는 산모가 있다』며 『정보 전달 과정에서 왜곡된 의료지식을 가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양질의 의료정보가 인터넷에 구축됨으로써 일반인도 의학에 대한 이해와 질병을 극복하는 지식을 보유할 수 있는 반면 여과되지 않은 잘못된 의료정보가 난무해지는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고 의료정보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이젠 의료정보의 구축보다도 잘못된 의학정보가 인터넷에 구축돼 있는지를 찾아내고 올바르게 시정명령을 내려야 할 기관이 설립돼야 할 시점이 다가왔다는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