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3일 본격 시행에 들어간 통합 방송법 체제하에선 SBS와 인천방송의 역학 관계에 과연 어떠한 변화가 생길까.
그간 인천방송의 방송권역 확대에 줄곧 반대 입장을 표명해왔던 SBS와 인천방송의 줄다리기가 통합 방송법의 본격 시행과 인천방송의 방송권역 확대로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인천방송은 방송위원회가 정식으로 출범하기 전인 지난 11일 문화부와 정통부로부터 경기남부 지역에 대한 방송 송출 허가권을 획득했다. 비록 송출 출력이 1㎾에 불과하지만 다른 지상파 방송사와 마찬가지로 VHF 대역을 활용해 방송을 내보낼 수 있는 권리를 얻었다.
인천방송은 그간 UHF 대역으로 방송을 송출하는 바람에 일반인들의 직접적인 방송 수신이 힘들었다. 이같은 사정으로 인천방송은 중계유선사업자나 케이블SO들의 재전송 채널을 통해 주로 스테이션 이미지를 키워왔다.
방송권역 확대 조치로 인천방송의 행보는 점차 빨라질 전망이다. 최근 개최된 주총에서 인천방송은 회사 이름을 경인방송(가칭)으로 바꾸기로 했다. 경기 지역 민방으로 재탄생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디딘 것이다. 경인방송은 오는 9월 수원 광교산에 송신소 설치 작업을 마무리하는 대로 수원·광명·안양 등의 지역을 대상으로 방송을 내보낼 예정인데 그 전에 경기 지역에 연고가 있는 기업체를 신규 주주로 대거 영입, 자본금을 확충할 예정이다. 명실상부한 경기 지역 민영방송으로 거듭나기 위한 조치의 일환인 것이다. 방송권역의 확대로 방송광고공사(KOBACO)의 광고 단가도 재조정될 것으로 보여 회사 재정에 적지 않은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상황 변화에 가장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지상파 방송사가 바로 SBS다.
문제는 13일 시행에 들어간 통합 방송법이 과연 양사의 역학구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것인가 하는 점이다. 특히 케이블·중계유선의 재전송 여부가 중요한 변수로 떠오를 것으로 보인다.
현행 방송법은 케이블SO나 중계유선사업자들이 자신의 방송권역외 지역의 지상파 방송을 동시 재전송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다만 케이블SO나 중계유선사업자들이 자신의 방송구역외 지상파 방송을 동시 재전송하기 위해선 방송위원회의 승인을 얻어야만 한다. 방송법 시행령은 중계유선과 SO가 타 지역 지상파 방송을 재전송하기 위해선 「역외방송 재송신승인신청서」와 「재송신약정서」를 위원회에 제출토록 하고 있다.
가령 대전이나 부산 지역의 케이블 SO나 중계유선사업자가 인천방송이나 SBS를 재전송하기 위해선 방송위원회에 이같은 서류를 제출해 승인을 받아야만 하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에서 방송위원회가 SBS와 인천방송의 재전송을 어느 수준에서 허용할 것인가 하는 점이 최대 관심사다. 여기다 지역 민방의 특정 방송사(SBS) 프로그램 편성비율을 몇 %선에서 결정할 것인가 하는 점도 양자의 역학 구도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재전송 문제는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동안 전국의 케이블SO와 중계유선사업자들은 인천방송의 프로그램을 대부분 재전송해왔다.
그러나 앞으로 부산지역 케이블 SO나 중계유선사업자가 박찬호의 경기를 보고 싶어하는 시청자를 위해 인천방송의 재송신을 방송위측에 요구할 경우 방송위원회는 과연 승인할까 아니면 거절할까.
또 지역 민방이 없는 제주나 강원 지역 케이블 및 중계사업자가 SBS의 재전송을 요구할 경우 방송위는 어떻게 결론을 내릴까. 중계유선이나 케이블을 통해 SBS 프로그램이 재전송될 경우 SBS 프로그램 편성 비율이 높은 지역 민방이 가만히 참고 있을까 등등의 문제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날 것이다. 이같은 문제를 놓고 인천방송과 SBS측은 앞으로 사사건건 충돌할 가능성이 크다.
방송위의 입장 정리에 따라 양자간 역학구도는 근본적으로 변화할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는 것이다.
<장길수기자 ksj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