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트렌드> 인터넷TV용 세트톱박스

인터넷이 우리 생활 깊숙이 파고들면서 가정문화의 중심을 이뤄온 TV도 빠르게 변하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TV와 PC를 결합한 복합제품 형태인 인터넷TV 등장으로 TV를 디지털시대의 중심매체로 새롭게 탈바꿈시키고 있다.

PC와 TV는 각각 정보통신 분야와 가전 분야에서 독립적으로 존재하면서 한편으로는 멀티미디어시대를 맞아 서로 통합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왔다.

PC는 막대한 정보처리 능력을 바탕으로 TV 기능을 흡수해 종합 멀티미디어 기기로 변신하려는 노력을 계속해왔다. TV는 일반 사용자를 대상으로 90% 이상의 높은 보급률을 기록하고 있는 장점을 바탕으로 하는데다 풍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 검색기능을 가미함으로써 정보처리 기능까지 갖춘 첨단 정보가전제품으로 발전하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이런 가운데 지난 96년 10월 미국의 웹TV사가 TV로 인터넷에 쉽게 접속할 수 있도록 한 웹TV를 개발, 출시한 것을 시작으로 다양한 종류의 인터넷TV가 속속 등장함으로써 국내외 가전·PC 업계는 물론 소비자에게까지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업계 입장에서는 이로써 세계적으로 보급률이 90%를 넘는 TV를 기반으로 엄청난 시장을 창출할 수 있게 됐다. 또 그동안 PC 조작에 익숙하지 못해 인터넷을 이용할 기회조차 갖지 못했던 사람도 TV를 보듯이 쉽고 간편하게 이를 검색할 수 있는 기회를 맞게 된 것이다.

이는 그동안 막대한 정보처리 능력을 갖춘 PC에 밀려 정보화의 뒷전에 서야 했던 TV가 PC를 누르고 정보사회의 최전방으로 다시 나서는 계기가 됐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현재 국내외 업체들이 개발했거나 개발중인 인터넷TV는 크게 TV 내장형과 세트톱박스형으로 분류된다.

이들 제품은 모두 PC와 달리 실시간 운용체계(OS)를 근간으로 개발돼 별도의 전용 브라우저를 사용하며 저장매체로 플래시메모리를 사용한다. 또 메인 프로세서로 RISC 기능의 멀티미디어 프로세서를 위주로 하며 디스플레이로 일반 TV를 사용하는 것도 PC와는 다른 점이다.

이 가운데 TV 내장형은 일반TV 모델에 인터넷 모듈을 내장함으로써 깔끔하기는 하지만 세트톱박스형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세트톱박스형 인터넷TV는 기존 TV로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도록 별도의 세트톱박스를 설계, 전화선과 TV에 연결만해주면 간편하게 TV에서 인터넷을 검색할 수 있어 앞으로 인터넷TV 시장의 주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트톱박스형은 또 PC와 동일한 기능을 갖춘 PC형과 인터넷 기능만을 구현한 인터넷 전용형으로 다시 구분된다. PC형은 TV에 PC를 부착한 형태로 더욱 다양한 기능을 갖춘 장점이 있는 반면 가격이 비싸고 사용이 복잡하다는 단점이 있다.

인터넷 전용 제품은 사용이 간편하고 가격도 저럼한데다 유지보수도 거의 필요치 않은 반면 인터넷 검색에 필요한 최소한의 기능만을 갖추고 있다.

인터넷TV의 가장 큰 장점은 가정주부·중장년층 등 PC와 친숙하지 못한 소비자들도 인터넷을 쉽게 검색해 다양한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국내외 업체들의 개발방향도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더욱 편리하게 차별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국내외 업체들이 키보드를 사용하면서도 대부분 리모컨으로 인터넷TV를 사용하도록 하는 인터페이스를 채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최근 빠른 속도로 발전하는 홈네트워크 기술, 리얼미디어와 윈도 미디어 등 인터넷을 통한 스트리밍 미디어 기술 도입도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특히 다양한 형태의 인터넷사이트를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도록 해주는 웹브라우저 개발, 적용에 대다수 업체들이 총력을 기울이는 상황이다.

그러다 보니 일단 가격부담을 줄이기 위해 인터넷 전용으로 기능을 차별화하면서도 아예 PC에서 주로 사용하는 인터넷 익스플로러 등의 브라우저를 그대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인터넷은 근본적으로 클라이언트서버 방식이라 이들 사이 원활한 콘텐츠 이동을 위해서는 표준규격을 따라야 하고 이를 통해 제공하는 콘텐츠도 인터넷TV가 채택한 웹브라우저에 맞춰야 하는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인터넷TV도 다른 인터넷 가전제품처럼 단순히 인터넷을 검색하는 데 그치지 않고 다양한 정보와 오락·게임 등의 엔터테인먼트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사업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 발전해나가고 있다.

방송국이나 각종 콘텐츠 제공자와 시청자의 양방향 통신이 가능한 대화형(인터액티브)TV의 기능이 강화되면서 제품 자체보다는 이를 통해 제공되는 콘텐츠와 서비스가 점점 중요해지는 것이다.

이는 인터넷TV 업체들이 어떤 시각을 가지고 사업에 접근하고 또 어떤 형태의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어내느냐에 따라 동일한 인터넷TV로도 각기 다른 사업방향을 전개하도록 하고 있다. <김순기기자 soonkkim@etnews.co.kr>